장 루피넨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총장은 28일 2002월드컵 조추첨 방식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중국의 한국행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FIFA 규정에 의거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 지리적 경제적으로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
사실 ‘상업성’과 ‘합리성’을 제1원칙으로 하는 FIFA의 규정에 따르면 처음부터 중국의 일본행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원칙적으론 추첨을 통해 조를 배정하지만 FIFA는 과거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팬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개최국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배려해 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겸 FIFA 부회장은 이날 “중국의 한국행은 한국과 일본, FIFA, 그리고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은 경제적인 면에서 중국이 오는 것을 환영했고, 일본은 과거부터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데다 불법 체류자 문제, 그리고 축구 수준에서 떨어지는 중국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FIFA도 축구를 보러 몰려들 수만명의 중국팬들을 어떻게 수송할 것인지 예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이 점에서 중국도 일본보다는 한국행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중국축구협회와 수차례 논의했는데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가가 싼 한국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또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대표팀 감독도 일본보다는 한국에서 플레이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FIFA가 고민하는 ‘수만명의 중국 축구팬들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란 문제가 중국을 한국으로 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 정 회장은 “중국팬 수만명을 비행기와 배로 일본으로 수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북한을 통과해 육로로 충분히 수만명을 소화할 수 있다. 이 점을 FIFA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배경 때문에 28일 정 회장이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을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정식으로 제안했을 때 임원 전원이 아무런 이견없이 만장일치로 동의하게 된 것이다.
한편 정 회장이 중국팬들이 북한을 통해서 한국에 올 것이라고 함에 따라 그 정치적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이날 “북한 분산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FIFA가 어떻게 하든 북한을 월드컵에 끌어들이려는 치밀한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는 정 회장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정 회장은 “북한의 육로를 이용하는 것은 중국이 북한과 협의할 사항이지만 결국 정치적인 사안인 만큼 한국과 북한 정부간에도 모종의 합의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FIFA도 내년 초 북한을 방문해 축구시설 등 제반 사항을 재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FIFA가 월드컵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부산〓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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