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망해도 떵떵거리며 사는 기업주가 5281명이나 된다. 부도나기 전에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배우자나 자녀등의 명의로 돌려놓는등 ‘부도준비’ 를 하기 때문에 기업이 망한 뒤에도 아무런 불편없이 산다. 빼돌린 재산이 6조6545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당국은 신용카드 결제계좌등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부실 기업주가 자주 이용하는 것은 재산의 해외 도피. 서울은행등 채권금융기관에 1조4212억원이나 손실을 끼친 J사는 위장 수입(8829만달러) 수출대금 미회수(6799만달러)등을 통해 1억9828만달러를 빼돌렸다. M사도 수출대금 1억3174만달러를 받지 않는등의 방법으로 1억6440만달러를 해외로 도피시켰다. 문을 닫은 N 종합금융 대주주 김모씨는 실재하지 않거나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않는 미국과 프랑스 현지법인에 542만달러를 해외투자 명목으로 유출했다. 감사원이 확인한 부실기업주의 해외도피 재산은 3억9645만달러나 된다. 예금보험공사도 김우중 대우그룹 전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1400억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재산을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돌리는 것도 대표적인 예. 모회사인 D보험에 885억원의 보증채무가 있는 부실기업 S사의 전 대표이사인 김모씨는 99년2월 본인 소유의 아파트(시가 3억3000만원)를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6개월 뒤에는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했다. D보험 회장이 99년2월 외화도피 혐의로 구속되고 금융감독원이 같은날 D보험에 대해 계열사 부당대출등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이자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것.
H종금 임원 4명은 98년초부터 종금사가 대거 퇴출되자 같은해 8월부터 99년 9월말까지 4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가족 10명에게 증여했다. 같은 종금사 전 대주주인 설모씨는 98년 11월 본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서울 중구 소재 36억원 상당의 대지를 처와 딸에게 증여했다. 공적자금 7915억원을 지원받은 S종금의 오 전 전무는 종금사가 영업정지되기 직전인 98년 2월 경기도 성남시 소재 4억5000만원 짜리 건물을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