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002년 월드컵 예선 세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10만여명의 중국인이 경기를 보러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돼 관광업계는 벌써부터 대박 의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최근 호남지역 관광호텔업자들이 슬롯머신과 증기탕 허가를 요구하며 국제축구연맹(FIFA)에 대한 예약 거부를 결의한데 이어 전국의 장급여관들도 수익 감소를 이유로 외국인 투숙을 꺼려 월드컵 숙박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 등 월드컵 개최 도시 준비위원회는 물량적으로는 객실 준비가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게 현실이다.
▼지정 숙박업소 꺼린다▼
월드컵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1월 1일 현재 월드컵에 대비해 확보한 객실은 전국 10개 개최도시에서 13만5386개. 목표치인 12만실을 상회하고 있지만 중저가 시설(장급여관)이 83%나 돼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29일 "지정숙박시설로 선정된 업소들 가운데 상당수가 수익 감소를 이유로 반납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숙박업소 지정을 꺼리는 이유는 월드컵 개최 기간에 객실의 대부분을 외국인에게 내줄 경우 객실 회전 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
장급 여관의 경우 하루에도 서너차례씩 한 방에 다른 손님을 받는 이른바 러브 호텔 식 영업으로 상당한 수입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지정업소 주인은 "외국인에게 현재 받는 가격보다 2배 이상을 받아도 대실(貸室) 수입을 충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숙박업소의 수준도 문제▼
지금까지 전국에서 3605개소의 숙박업소가 지정됐지만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이승재(李勝宰)박사는 "객실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지정업소를 선정할 때 시설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정업소가 시설 수리를 할 경우 저리 융자를 해주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지정업소 주인은 "수리를 해야 되는데 담보조건이 까다롭고 융자도 힘들어 내년까지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광주시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이 원하는 관광호텔급 객실이 1만실 이상 부족한 실정이다.
지정업소가 외국인을 받지 않아도 아무런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것도 문제. 울산시는 지정업소가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 등을 받지 않을 것에 대비해 경찰과 함께 대책을 마련 중이며 대구시는 시내 고급아파트 거주자를 대상으로 민박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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