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맥락에서 최근 북한이 이라크와 함께 다음 공격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9·11테러사태 이후 한동안 관심권 밖에 있던 북한이 다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북한의 핵 및 생화학무기 개발과 관련이 있다. 지난 두 달간 미국을 휩쓴 탄저균 공포와 핵무기를 이용한 테러 위협으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은 이제 국제테러 차원의 위협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 국가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테러 전쟁의 제2단계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차단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그 대상은 바로 북한과 이라크 등 이런 무기 확산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국가들이다.
▼北 살상무기 개발땐 위험▼
물론 미국은 9·11사태 이전에도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경고를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안이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문제가 제기되는 맥락과 심각성이 과거와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북한의 과거 핵 활동에 대한 사찰문제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 따라 경수로 핵심부품의 인도 전에 과거의 핵 활동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조만간 받아야 한다. 북한이 과거처럼 사찰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아프간에서처럼 무력 공격이 당장 발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다양한 압박수단이 구사될 것이며 상황은 대단히 어려워질 수 있다.
9·11사태는 다른 어떤 사태보다 냉전 이후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최소한 미국으로서는 당분간 국제테러의 근절보다 더 중요하고 절박한 과제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테러 근절이라는 목표에 얼마나 협력하는가에 따라 상대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북한에는 위험과 함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한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대미관계 개선에 큰 진전을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이런 기회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북한은 미국 테러사태 발생 이후 형식적인 유감 표명은 하였지만, 미국의 아프간 공격은 계속 맹렬히 비난해왔다.
최근에는 두 개의 반테러 국제협약에 가입 의사를 표명하였지만 여전히 구체적 행동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북한의 태도이다.
▼1년내 한반도 위기 올 수도▼
이 문제에 적절히 협력하지 않고 과거와 같은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경우, 북한의 앞길은 대단히 험난할 것이다.
9·11사태는 우리에게도 유사한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테러 근절 노력에 어떻게 협력하는가는 향후 한미관계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미 협력이 앞으로도 중요하다면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테러 근절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테러사태로 새롭게 부각된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긴밀한 한미공조를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설 자리는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중간하게 위치가 분명치 않으면 대량살상무기의 위협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한미관계도 어렵게 된다.
앞으로 6개월에서 1년은 한반도의 장래에 대단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정신 바짝 차리고 다가오는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백진현(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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