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스팸메일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28분


우리나라의 인터넷 관련 통계는 화려하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9월말 현재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2412만명으로 전 국민의 56%나 된다. 이 가운데 1960만명이 e메일로 정보와 소식을 주고받는다 하니 앞서가는 정보화를 자랑할 만하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모든 것을 빨리빨리 처리하기를 원하는 특유의 문화가 한국의 인터넷 붐을 불러왔다고 풀이했다.

▷통계가 보여주는 대로 한국의 대다수 직장인들이 아침에 출근하면 e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의 바다로 빠져든다. 그러나 즐겁게 하루를 시작해야 할 아침에 기분을 망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필요한 정보, 즐거운 소식에 끼여 ‘스팸메일’이라 불리는 불청객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육류회사가 생산하는 햄의 상표인 ‘스팸’이 반갑지 않은 광고 메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변한 계기는 확실하지 않다. 영국 코미디 그룹의 작품 ‘스팸 송’이 계기가 됐다는 설도 있고, 미국 남가주대학의 컴퓨터 연구소가 최초로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스팸메일은 e메일 보유자에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현재 일주일에 6.57건의 스팸메일을 받는다. 최근에는 수백만 수천만개의 e메일 주소를 불법적으로 모아 돈을 받고 파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스팸메일의 폭격은 더욱 심해질 것 같다. e메일 데이터 판매는 초기단계여서 개인이 이를 판매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률도 아직 없다.

▷스팸메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음란성 광고의 피해도 심각하다. 나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인터넷 이용자를 불건전 사이트로 유혹하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의 전화’가 지난 1년간 가정불화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인터넷 채팅이 발단이 된 경우가 전체 상담건수의 16.3%로 나왔는데 전문가들은 스팸메일이 주부들을 음란사이트로 유혹하는 주범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기업의 홍보기회 보장과 인터넷 이용자들의 피해 예방, 인터넷의 순기능 확대로 가느냐, 아니면 역기능 확산으로 가느냐를 가름하는 갈림길에 지금 네티즌들은 서 있다.

<방형남논설위원>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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