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곧 몸값인 프로선수들이 개인기록을 희생해 가며 궂은 일을 도맡기는 힘든 일이다.
프로농구 SBS 스타즈의 ‘쌍포’ 김훈(1m90)과 김성철(1m94)은 이런 점에서 특이하다.
둘은 모두 팀 내 간판급 슈터로 연봉도 나란히 1억5000만원으로 최고액이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훈은 2년간의 공익근무요원 복무 공백으로, 신인왕출신의 프로 3년차인 김성철은 아직 실력이 무르익지 않아 이들 중 그 누구도 혼자만으로는 팀의 승리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두 선수는 함께 코트에 설 때 한 사람의 슛 감각이 좋다고 판단되면 다른 사람은 슛에 대한 욕심을 접고 어시스트에 집중한다. 어차피 슈터에 대한 상대팀의 수비가 완강한 상황에서 협력플레이로 수비 견제를 분산시키고 개인 기록도 향상시키자는 것.
29일 현재 시즌 12경기를 치르며 어시스트를 주로 맡은 쪽은 김성철이었다. 초반 나란히 슛이 터지지 않아 곤란을 겪었던 두 선수 중 김훈의 슛 감각이 먼저 회복됐고 이후김성철은 어시스트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 덕분에 이날 현재 김훈은 경기당 평균 13.3점으로 김성철(12.4점)보다 0.9점을 더 넣을 수 있었고 김성철은 어시스트에서 경기당 3.0개(김훈은 1.2개)를 성공시키며 도우미역을 자청했다. 김성철의 어시스트 수는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인 은희석(2.0개)보다 많다.
올해 처음 같은 팀에서 뛰기 시작한 두 선수가 이처럼 경쟁을 접고 손발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슈터 출신인 박인규 코치와 이상범 코치의 역할이 컸다.
특히 SBS에서 선수생활을 끝내고 미국 연수를 마친 뒤 올해 처음 벤치에 합류한 이 코치가 자신의 첫 작품으로 김훈과 김성철의 조련에 매달린 결과. 이 코치는 “두 선수가 힘을 합치는 것이 자신들은 물론 팀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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