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오락가락 ‘새만금 논리’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35분


도하라운드 출범에 따른 쌀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의 쌀수매가 인하 방침에 대한 반발이 맞물리면서 농민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분위기와 농민의 시위는 정부가 추진중인 새만금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5월 정부는 ‘식량 위기 타개를 위해 농지 조성이 불가피하다’며 새만금 사업 재추진을 전격 결정했다. 당시 정부가 제시한 새만금사업은 2만8300㏊의 농지를 만들어 연간 14만t의 쌀을 생산하고 10억t 상당의 농업용수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남짓 뒤인 9월4일 정부는 ‘쌀이 남아돈다’며 식량증산정책 포기를 선언했다.

쌀 생산에 대한 논리가 달라진 만큼이나 새만금을 둘러싼 상황 논리도 변한 듯하다. 정부는 2005년 쌀 시장 개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산 쌀이 외국 쌀보다 5∼7배나 비싸 경쟁력이 없다’고 슬쩍슬쩍 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의 140배나 되는 광활한 개펄을 농지로 바꾸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 새만금사업에는 이미 1조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5조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농림부가 최근 김포매립지의 절반을 농업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재정경제부는 앞으로 새만금과 서산간척지의 용도를 산업용으로 바꿀 수 있다고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여간 정부가 국민을 설득해온 ‘농지로서의 새만금 간척지’를 포기할 경우 새만금사업 추진 취지는 사라지고 만다. 용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98년 감사원은 새만금간척지를 농지 대신 공단으로 조성한다면 28조원이 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새만금 사업을 추진할 때 불과 몇 년 뒤에 쌀이 남아돌게 되는 상황도 예측하지 못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그리고 이제 새만금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서영아<사회2부>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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