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장가치라는 것이 있어 박찬호는 상품성을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거래는 수요-공급이 맞아떨어져야 하고 올시즌처럼 FA 중 우수한 투수가 적은 공급상황에서, 게다가 늘상 투수 수요가 넘쳐나는 입장에서 박찬호는 상품가치가 상당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그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가 계속 폄하일로를 치닫는다는 점입니다.
폄하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박은 진정한 에이스급이 아니다. (좋아, 그렇다 치자. 그런데 전반기 활약도 에이스급은 아니란 말인가? 29개 나머지 팀의 에이스들이 모두 전반기에 박찬호보다 잘했단 말인가?)
2. 굴곡이 심하다. (인정한다. 당연히 아직 젊은 투수니까 그렇지. 랜디 잔슨의 28세를 생각해보라.)
3. 홈에서만 강하다. (일부 인정, 그러나 원정에서도 QS는 많았고 다량실점 경기가 몇 게임 있어 방어율이 올라갔음)
4. 전담포수 덕이다. (인정 못함. 채드 크루터는 영양가있는 타자가 아니지만 백업포수로서 그가 기록한 출루율을 보라! 세상 어떤 백업포수도 그 정도는 못해낸다. 그리고 폴 로두카가 올해 125게임에 출장했는데 원래 주전포수란 120여게임 출장이 정석이다. 최고의 공수겸비 포수인 퍼지도 120게임 출장도 못했다. 게다가 크루터는 박이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다른 젊은 투수들의 리드를 위해 35게임을 포수로 출장했다. 따라서 이 부분의 비난은 캐로스를 묶어둔 전단장 말론에게로.)
5. 큰 경기에 약하다. (강팀과의 경기는 오히려 강했다. 어이없이 주저앉을 때가 있어서 문제이고 중요할 때 무너져서 그렇지…)
역시 딴나라 기자들도 억지기사에는 일가견이 있네요. 오히려 박을 비난하려면 이렇게 깎아내려야 얘기가 됩니다.
1. 그는 노히터게임을 기록하지도 못했다. 대기록이 없는 그저 좋은 투수일 뿐이다. (인정)
2. 20+승을 거둔 적이 없다. 대투수라 하기 힘들다. (인정, 브라운도 20승을 못 거두는 팀인데 뭘 더 말할까?)
3.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할 때에 그렇지 못했다. (인정)
4. 팀을 이끌 에이스다운 리더십이 없다. (인정. 그러나 의사소통이나 겨우 하는 외국선수한테 뭘 기대하나? 이치로가 그만치 해도, 그는 분위기 메이커지 클럽하우스 리더는 아니다.)
5. 허리 부상 가능성 (인정. 장기계약 후 올해처럼 아팠으면 그는 1년 푹 쉬었을 것임)
작년 사실상 투수 최고연봉 계약을 맺은 마이크 햄턴은 20승을 거두고 메츠 시절 확실한 에이스급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박찬호는 못 그랬기에 폄하가 따릅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어차피 어디에서나 언론은 피상적인 요소에 민감하고 기록이란 모름지기 통계의 헛점이 너무도 커서 사람들은 그저 ‘인상’만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칼 립켄 주니어가 그만큼 성실하고 꾸준해서 사랑을 받는 것이지, 그가 매년 상대팀을 두렵게 하는 뛰어난 선수였던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뭇매를 맞는 박이 위기에 놓인 것일까요? 작년 A-Rod의 계약 전, 사람들은 그에게 2천만달러를 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살인적인 폄하를 해대었습니다. 그러나 텍사스는 그의 부상전력이 적음과 아직 어린 나이에도 엄청난 실력을 과시하는 그의 미래성에 승부를 걸어 1년 내내 욕을 먹는 역사적 계약을 이루어냈습니다. 덩달아 그 덕분에 매니와 지터가 큰 덕을 보았지요. 박이 이번 겨울 어떤 계약을 하던 말이 많을 겁니다. 보라스는 반드시 적정가격 이상을 미래라는 상품성을 내걸고 받아 낼테니까요.
박찬호의 투자가치
박찬호가 얼마만큼의 투자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박에 대한 통계분석 자료를 보라스가 준비하고 있다지만 그 요지는 동등연령대의 다른 투수들과의 비교입니다.
박의 셀링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라스의 전략대로)
1. 역시 나이대비 성적 비교! 찬호 나이에 찬호만큼 던진 투수는 역사상 얼마되지 않는다. 특히 최고수준의 피안타율, 탈삼진 수, QS를 보라.
2. 전통적인 슬로 스타터인지라 가을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2001 시즌 전반기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렸을 때 부상만 없었더라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을까?
3. 꾸준함의 대명사다. 풀타임 선발 이후 늘 200이닝 이상 전후를 던졌고 요령이 늘어갈수록 이닝수는 갈수록 많아진다.
4. 완투능력dp 눈을 떠간다. 만일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100구 미만에서 강판당한 경기들을 대부분 완투로 이끌었을 것이다.
예측가능한 계약전략
문제는 박이 어떤 것을 원하느냐이겠죠. 만일 그가 정말로 선수의 명예와 가치척도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계약금의 볼륨을 따진다면 보라스가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조언을 따라야 합니다. 언론에서 보라스는 박이 ① 우승가능성, ② 편안한 환경, ③ 돈을 만족시키는 구단을 원한다고 했는데 지금의 그가 솔직히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갖는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천재 에이라드와 수퍼 보라스가 만났던 작년에도 3가지 조건 중 우승 가능성 한가지는 포기하지 않았던가요.
전제조건이 좀 붙겠네요. ② 편안한 환경을 따지자면 무엇보다 기후가 따뜻한 구단이라야 할텐데 여기서 벌써 살벌한 추위의 뉴욕 2팀은 제외됩니다. 그러나 뉴욕팀들이야말로 가장 마켓이 크고 우승에 가까운 팀이지 않은가요. ②를 취함과 동시에 ①, ③을 져버려야 하는군요.
그리고 시장상황을 살펴봐야겠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계약은 타자 빅3(지암비, 본즈, 곤조)가 어떤 계약을 어디와 하는가에 박의 거취의 키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커리어에서 앞서는 그들이고, 비슷하다해도 매일 나오는 타자들이니 상품성은 더 높지요. 지암비에 대한 양키스의 공세가 12월 초에 끝이 나면 오클에 남든 양키로 향하든 간에 본즈의 향방이 자연히 잔류인지 메츠행인지가 결정될테고, 후안 곤조와 두번째 양키 합류자로 여겨지는 모이세스 알루의 결정이 자연히 뒤따르겠죠.
이 시점, 12월 중순 정도가 바로 찬호 계약의 적기가 아닐까요? 보라스가 발품 팔아 열심히 홍보도 했을 즈음이고, 언론의 왜곡보도도 어느 정도 누그러들고, 정작 사태가 급해지니 구단입장에서도 스몰츠나 슈미츠, 노모 외에 젊은 선발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느낄테니까요.
만약 모든 계획이 뜻대로 되지않는다면? 솔직히 저는 지금의 박선수가 1,500만불 이상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며, 그렇게 자기 실력 이상을 기대치로 받아낸 카를로스 페레즈나 드라이포트(둘다 장기계약을 앞두고 오버히팅하다가 터져버렸죠. 박찬호도 그런 조짐이 보였잖아요… -_-)처럼 두고두고 욕먹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의 자신감과 원숙함이 물오르고 전성기에 드디어 접근하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이 즈음에 그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적당히 1,200~1,300만 정도의 6년 계약에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기껏 도전해 일궈낸 아메리칸 드림, 다시 한번 처음의 도전의식을 태워봄이 어떨는지 하는 생각도 주제넘게 듭니다. 즉, 우승권에 근접한 클리블랜드나 오클랜드 등의, 큰 돈은 쓰지 못하는 팀에게 1천만불 1년계약(1년 옵션 정도)을 걸어 후안 곤잘레스에게 보라스가 올해 제시한 것과 같은 전략으로 몸값 부풀리기 전략을 써보는 것은 어떨는지 하는 생각입니다. 클블이나 오클이라면 큰돈은 못 써도 늘 우승 후보에다 타선 지원 걱정은 안 해도 될테니까요. 굳이 이 팀들이 아니더라도 가능성 있는 팀 중에서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을 가진 팀에서 1년 더 뛰어, 1년간 부상없고 굴곡 적은 피칭으로 확실히 자신이 전성기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내년 시즌 이후 (노사문제도 해결되어 안정화되었을 테니..) 다시 특급 계약을 추진한다면 더 이상 이런저런 군소리도 없지 않을까요?
현재로서는 수퍼 보라스의 마법에 기대가 더 갑니다만, 박찬호 선수 스스로도 이번 계약에 모든 선수인생을 다 거는 것이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뻔히 아는 이유이긴 하지만 그의 말이 생각나네요.
“나는 선수들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한 팀에 머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 마크 맥과이어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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