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합리적 의사결정 위해 불가피▼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에 관한 정보’에 대해 지금까지는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의 초래가 인정’될 때 비공개 하던 것을 ‘의사결정의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 ‘국민에게 혼란을 줄 상당한 우려’ ‘의사결정 당사자나 특정 이해관계인에게 손상을 줄 우려’가 있을 때 비공개 하도록 새로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을 두고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보 비공개 범위를 넓힘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려 한다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적 시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개정안 마련 이유와 앞으로의 제도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정부가 이 규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하나는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이 확정되지 않고 논의 중일 경우 이것이 최종적인 행정의사가 아닌데도 사전에 누설됨으로써 예상치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합리적인 마무리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현재 의사결정 과정 중에 있는 정보의 비공개 요건인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 초래’라는 규정이 국민과 공공기관 모두에 어려운 표현이어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정보의 비공개 요건에 대해서는 다른 정보들과 구분해 정하되 그 표현도 ‘의사결정의 중립성 저해’ ‘국민에게 혼란 초래’ ‘의사결정 당사자나 특정 이해관계인에게 손상을 줄 우려’ 등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다. 글자 수는 많아졌지만 비공개 범위는 좁아졌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라는 규정을 어렵게 볼 필요는 없다. 국민은 통상 정부에서 논의 중에 있을 뿐인 사항을 접해도 이를 정부의 최종적인 의사로 믿고 경제활동의 지표로 삼게 되는데 공공기관이 이런 정보를 국민에게 흘려 국민경제활동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국민의 불편 초래 외에 국가정책의 신뢰에도 손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보공개법은 세계 어느 나라의 것과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인데도 아직 적지 않은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오해에서 비롯된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안 논란으로 인해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획기적인 개선 사항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
정보공개 전담 직원과 전담 창구 설치, 공개할 수 있는 정보 목록의 사전 작성 및 인터넷 공시,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공개 청구와 정보 제공, 정보공개 처리기간 단축, 공공기관의 결정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것, 민간인이 참여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설치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제도 개선 및 운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신문주(행정자치부 행정능률과장)
▼반대/비공개 범위 넓어 알권리 침해▼
최근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행 정보공개법에 존재하는 8가지 정보 비공개 사유에 덧붙여 새로운 비공개 사유를 신설한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신설하려는 비공개 사유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 관한 정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 관한 정보’는 국민에게 최우선적으로 공개되어야 할 정보다. 국민에게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밀실에서 정책 결정을 한 결과 외환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또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새만금 사업이나 고속철도 사업 등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형 국책사업들이 모두 밀실에서 추진되었던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개정안에서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킬 상당한 우려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정보를 공개하면 국민 사이에 혼란이 발생하니 국민은 정부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라’는 말인가. 민주주의 사회라면 국민에게 되도록 많은 정보를 공개해서 의견을 묻고, 의견이 다르면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비공개 사유의 신설 외에도 이번 개정안에는 모든 정보의 목록이 아니라 공개 대상 정보의 목록만을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공공기관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게 된다. ‘비공개’라는 것은 그 내용이 비공개라는 것이지, 그 정보의 제목을 나열한 목록까지 비공개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이러니컬한 것은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정보’나 ‘정보 목록의 제공’은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정보 공개 운동을 하면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올해 들어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쏟아져 나오고, 시민단체들이 국무회의 등 주요 회의의 기록 공개 운동을 활발히 펼치면서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회의록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행정자치부는 개선된 부분도 없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있다. 그러나 해당 정보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비공개 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나, 공무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은 이미 법원의 판례가 있어 바꾸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정말 핵심적인 것에 대해서는 ‘중대한 후퇴’를 하고, 형식적인 내용들은 ‘개선’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안인 것이다. 정보공개법이 진정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이라면,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
하승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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