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러 동포 평등대우는 좋지만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41분


헌법재판소가 ‘재외 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많은 재외 동포들의 상대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결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행 재외동포법은 200만명의 중국 동포와 45만명의 옛 소련 동포 등 260여만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동포 차별법’이란 비난을 들어왔다. 중국과 옛 소련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나라가 없던 시절 독립운동을 위해, 또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난 사람들이 양국 동포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들을 우대하지는 못할망정 정부수립 이후 개인의 행복을 찾아 자발적으로 조국을 떠난 사람들이 주류인 재미 동포에 비해 홀대를 했으니 크게 잘못된 일이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정부는 2년 내에 재외동포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500만명이 넘는 재외 동포 모두에게 출입국은 물론 한국에서의 취업, 부동산 취득 및 보유 등에 있어 현재 일부 동포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을 부여할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할 여러 가지 부작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의 출입국과 체류 조건을 완화하면 저임 노동을 마다 않는 값싼 노동력이 대거 유입돼 큰 사회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안 되는 노동시장을 놓고 내국인과 재외 동포가 쟁탈하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법 개정을 통해 중국 동포의 밀입국과 불법체류 문제 등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 해도 잃는 것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 러시아 등 관련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우려된다. 중국은 재외동포법 제정 당시에도 “우리 국민을 왜 한국 법률로 규제하려고 하느냐”며 중국 국민은 적용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할 것을 요구해 뜻을 이뤘다. 그동안 중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았을 테니 우리의 방침을 관철하려면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법무부와 외교통상부는 예상되는 문제점을 철저하게 점검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재외 동포들에게는 최대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외동포법에는 동포대책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되 중국 동포 문제 등은 개별법으로 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조국에 의해 차별 받았다고 생각하는 재외 동포가 없도록 완벽한 재외동포법을 만들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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