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인터넷 물결에 초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그는 작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에게 “e메일 주소를 알려달라”며 자신이 정보화에 뒤진 지도자가 아님을 과시했다. 그는 사무실에 3대의 컴퓨터가 있으며 인터넷을 열심히 이용한다는 말까지 했다. 김 국방위원장이 올브라이트와 e메일을 주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가 네티즌이라는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보통 북한 주민들에게 인터넷과 e메일은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광명’이라는 이름의 국가전산망이 있기는 하지만 외부의 인터넷망에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지도자와 국가기관 등 특권층만이 중국과 연결된 통신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계 기업이거나 북한 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한 실리은행이 선양에서 e메일 중계에 나선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북한과 e메일을 교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사업 등의 이유로 북한측과 접촉해야 하는 사람들은 현지 출장이나 전화 통화 대신 e메일을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내국인이 북한측과 e메일을 주고받으려면 정부로부터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은행은 안내문에서 북한과의 통신에서 ‘실리’를 보장하겠다고 장담했다. e메일이 남북한 양측에 골고루 실리를 주는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
<방형남논설위원>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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