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산고’가 그렇다.
이 작품은 도입부에 분필이 총알처럼 날아가다 허공에서 멈추는가 하면 벽을 타고 회전하는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인상적인 액션이 펼쳐진다.
‘화산고’는 컴퓨터그래픽(CG)과 ‘피아노줄’로 불리는 와이어를 이용한 액션 등 화려한 볼거리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이전 한국 영화들이 받았던 ‘조잡하다’는 평가를 넘어서는 작품이다. 48억원의 순수제작비, 11개월의 촬영기간, 촬영이 끝난 뒤 디지털 작업에만 6개월을 매달린 김태균 감독의 ‘독사’같은 집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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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뜬 구름잡는 이야기. ‘학원 무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운 이 작품에 대해 관객들은 ‘왜 학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스토리가 어이없다’고 꼬집을 필요는 없다. 무협 이야기는 무협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어릴 때 벼락에 맞아 엄청난 내공(內攻)을 지니게 된 경수(장혁)는 그 힘을 제대로 조절못해 8차례 퇴학당한 끝에 고수(高手)들이 도사리고 있는 화산고로 전학한다.
화산고는 군웅들의 투쟁과 음모, 사랑이 있는 강호의 축소판. 이곳에서는 최고수가 될 수 있다는 전설적인 비급 ‘사비망록’을 둘러싸고 화산고 제1고수 송학림(권상우), 역도부 주장 장량(김수로) 등이 대립하고 있다.
이 학교로 전학간 뒤 “또다시 퇴학당할 수는 없다”며 몸조심을 하던 경수는 교감이 초빙한 마방진(허준호) 등 사파 출신의 ‘교사 5인방’이 학교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자 결국 싸움에 휘말린다.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두들겨맞는 경수는 썰렁한 유머의 소유자. ‘와호장룡’ ‘황비홍’ 등 무협 영화의 매력적인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영화는 깔끔한 비주얼과 함께 무대를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으로 축소시킨 김태균 감독의 재치가 돋보인다. 영화는 학교라는 익숙한 분위기와, 주인공 경수의 나사가 풀린 듯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낯선 무협 세계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다.
김 감독은 ‘화산고’라는 가상 공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100% 디지털 작업을 통해 흰색과 검은 색 톤을 강조했다.
스토리부터 만화같은 인상을 주는 이 작품은 공들인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볼만한 만화’가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학원 무협’이라는 낯선 장르에 대한 관객의 거리감, 테크놀로지와 액션의 과잉이 초래하는 ‘엉뚱한’ 지루함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경수 역의 장혁은 이 작품을 대표작으로 내세워도 좋은 만큼 자기만의 캐릭터를 살린 연기를 펼쳤다. ‘주유소 습격사건’ ‘달마야 놀자’ 등을 통해 이미 ‘A급 조연’으로 자리잡은 김수로도 웃음 연기의 한 주역이었다.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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