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한마디로 ‘공습+특공대파견+반정부단체’라는 ‘아프간 모델’을 이라크에도 적용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라크 공습과 특공대 파견은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나 이라크 내 반정부 단체의 무장투쟁 유도는 그리 간단치 않다.
반정부 단체의 대표격인 쿠르드족이 쿠르드애국동맹(PUK)과 쿠르드민주당(KDP)이라는 양대 파벌로 갈려 서로 반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걸프전 뒤인 92년 이라크 정부가 철수하자 이들 두 파벌은 권력분점에 합의하고 의회와 자치정부를 구성했으나 94년 다시 갈라서서 내리 4년간 서로 싸웠다.
두 파벌은 98년 미국 워싱턴에서 휴전협정을 조인했고, 이에 따라 PUK의 지도자 잘랄 탈라바니는 이란 접경지역을, KDP의 지도자 마수드 바르자니는 터키 접경지대를 관할하고 있다. 양측이 반목하는 이유는 노선 차이도 있지만 석유판매수입 배분문제가 실질적인 이유라고 영국의 BBC방송은 풀이했다.
미국은 두 세력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이미 두 차례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런 노력 탓인지 대 후세인 무장투쟁에 회의적이었던 쿠르드족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은 특히 9·11테러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기대하고 있다. KDP 출신으로 자치정부의 총리를 맡고 있는 바르함 살리는 “중동의 정세가 변화하고 있으며 변화는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달라진 무장투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