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축구]“축구사랑에도 차별 있네요”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23분


터키인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한다. 터키는 유럽권이지만 터키어는 한국어와 같은 알타이어족으로 어순이 같다. 김치를 먹는 것, 좌식(坐式) 생활을 하는 것, 결혼 전에 함을 받는 것 등은 한국과 아주 유사하다. 터키 군인들이 6·25전쟁 때 참전했기 때문에 터키에서는 한국을 아주 친밀한 형제의 나라로 여기고 있다. 식사 때 가장 웃어른이 먼저 수저를 드는 것, 나이 많은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 또한 같다.

▼대표팀엔 열광 프로엔 시큰둥▼

물론 한국과 터키의 차이점도 있다. 터키에는 술 문화가 별로 없기 때문에 남자들이 대부분의 저녁 식사를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저녁시간을 회사동료나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터키에서는 친한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포옹하고 악수하고 뺨에 입을 대는 인사를 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조금 서툰 것 같다.

21세기는 인터넷의 기반 아래 굴러갈 커뮤니케이션 시대이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들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게 스포츠, 문화교류, 정치적 화합, 국가간 무역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큰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단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화합의 도가니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스포츠 이상은 없다고 본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6개월 앞두고 있는 현재 월드컵대회 개최국으로서 한국이 할 일은 많다. 내년 5월 중순부터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월드컵 경기를 보고 수 백만명이 TV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국을 직접 방문할 외국인들이 이 나라 문화를 알기 위해 여러 군데를 방문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곳은 음식점들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음식점에서 메뉴판들이 아직도 영어로 표기되는 곳이 거의 없고 음식에 대한 설명도 부족한 것은 문제점으로 보여진다. 또한 택시나 버스운전사들은 간단한 영어라도 구사했으면 한다.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해 축구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와 프로팀 경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너무 차이가 나는 것에 놀랐다. 한국 축구의 수준을 유럽 축구 수준과 같게 만들려면 일단 국민들이 대표팀뿐만 아니라 프로팀에도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K리그 같은 경우 경기장을 찾아가는 관중의 숫자가 많지 않다. 나도 예전에 축구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선수가 운동장에 들어갔을 때 중요한 것은 운동장의 잔디가 좋은지 나쁜지 하는 것들이 아니다. 그 날 운동장을 찾은 관중의 숫자가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관중들의 환호인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이나 클럽 시스템을 구축해서 온 국민이 축구 마니아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후원과 홍보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되어 축구 팬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축구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월드컵은 자연히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다. 2002년 월드컵까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고 매년 이 모든 것들이 지속됐으면 한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후원 방식도 부족하다. 후원자들을 관리하는 응원 단장도 필요하다. 후원자들은 게임에서 열두번째 선수나 마찬가지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후원자를 위한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가 아주 좋은 예이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클럽팀에도 ‘붉은 악마’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프로팀 서포터 활성화해야▼

많은 우수 선수들을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진출시켜 재질 있는 새내기 선수들의 발굴에도 항상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항상 모든 일을 열심히 잘 하는 한국 사람들이 축구에서도 뒤질 이유가 결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가 세계 정상에 서는 날도 멀지 않았다. <시난 오즈투르크>

▼약력▼시난 오즈투르크는 1973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터키 축구 청소년대표선수(1988∼1992년)로 활약했다. 92년 하지태패공대에 입학해 이 학교를 다니다 97년 한국에 들어와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한 뒤 98년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편입했다. 올 2월 이 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스포츠마케팅업에 종사하면서 월드컵을 앞두고 터키 축구대표팀의 연락관을 맡아 캠프설치 경기주선 등 각종 실무적인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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