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은 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 슈터 김병철(28·1m85)의 별명. 고려대 재학시절부터 언제 왔는지 상대수비수가 모를 정도로 빠른 스피드로 코트를 누빈다고 해서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올 시즌 김병철은 마치 날개가 부러진 듯했다.
지난해 꼴찌였던 팀이 올 시즌 승승장구하며 1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지만 언제나 팀내 스타 중의 한 사람인 김병철이 설 공간은 없었다. 올 시즌 동양은 득점은 힉스, 어시스트는 신예가드 김승현, 리바운드는 페리맨이 도맡는 철저한 ‘3인 분업화’가 이루어졌기 때문.
게다가 대학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내 손발이 척척 맞는 전희철은 근육통 부상으로 코트에 나서지도 못하는 형편. 한마디로 김병철의 신세는 마치 5명의 머리 수를 맞춰주기 위해서 뛰는 듯했다.
지난 시즌은 김병철에겐 선수생활 중 최악의 해. 코트를 자유롭게 뛰어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지난 시즌 포인트가드를 맡아 ‘죽을 고생’을 했다.
다시 슈터의 자리로 돌아왔더니 올 시즌이 지난 시즌보다 더 지옥이었다. 지난 시즌 마음에도 없는 포인트가드를 맡으며 평균 16.2득점을 올렸던 그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평균 11.7득점.
이유가 뭘까? “연습 때는 잘 들어가는데 이상하게 실전에만 나서면….” 말꼬리를 흐리는 그의 변명이다.
김진 동양 감독은 “병철이가 너무 의욕이 앞서는 것 같다. 필요할 때 한방 터져야 하는데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감독의 마음을 숯덩이처럼 까맣게 만들던 김병철은 9일 3점슛 5개 등 24득점을 터뜨리며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24점은 올 시즌 자신의 최고기록.
12월 들어 2일 KCC전 무득점, 4일 SBS전 9점, 8일 SK나이츠전 11점을 각각 기록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김병철이 달라진 이유가 뭘까?
김진 감독은 “경기에서 져도 좋으니까 맘대로 돌아다니며 던지라고 했더니 살아났다”고 말했다.
어른이 되기 싫은 아이들의 우상인 피터팬. 틀에 박힌 플레이에선 맥을 못 추더니 코트에서의 자유를 얻더니 자신의 ‘득점길’이 보이나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