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의 11일자 1면 톱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로랑 파비우스 경제 재무장관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선심정책에 제동을 걸었다고 소개했다.
파비우스 장관은 “정부 내에 숨겨진 금고가 있는 게 아니다”면서 “재정 관리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내정 책임을 맡고 있는 조스팽 총리의 퍼주기식 선심정책이 세금 증가와 다른 지출의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조스팽 총리는 요즘 누가 봐도 노골적으로 선심을 쓰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파업 등 집단행동을 벌인 공공병원노조 민간병원노조 경찰 헌병에게 모두 186억프랑(약 3조255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앞으로도 교사 교도소간수 병원인턴 은행 우체국 노조 등의 집단행동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
조스팽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좌파 신문 르몽드까지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페르(아버지)리오넬’이 ‘선거용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고 썼다. 불어로 산타클로스를 뜻하는 ‘페르 노엘’과 ‘페르 리오넬’의 어감이 비슷한 데 착안한 것.
흥미로운 것은 조스팽의 선심을 선거전의 호재로 삼을 만한 대선 경쟁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 공연히 나서서 이익단체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경쟁자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감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당 의원들이 비자금 수수 의혹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시라크 대통령을 탄핵하려 했을 때 조스팽 총리가 앞장서 말린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경쟁자가 코너에 몰렸을 때 공격하는 것을 곱게 봐주지 않는 게 프랑스 유권자다.
선거를 앞둔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박제균<파리특파원>phar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