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럼]이각범/與 젊은 주자들 정말 새롭나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02분


새로움에 대한 갈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치부문에서 쇄신이란 용어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정당구조와 정치구조의 쇄신을 위한 모종의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여권의 한 젊은 국회의원은 내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에 대한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세대를 새로운 리더로 선택하는가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로써 그는 당내 경선 후보의 한 사람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면서 새로움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낡은 정치 행태 극복해야▼

과연 국민이 원하는 새로움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낡은 정치 행태를 극복한 정치이다. 말만의 새로움이 아닌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행동방식이다. 최근 여당 대표는 한나라당이 여당의 새로워짐에 당황하여 공적자금 문제 등 과거 집권 때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우리’를 공격해오고 있다고 발언하였다. 한 마디로 이러한 발언은 새 정당으로 탈바꿈한다는 정당의 대표로서, 개혁의 곧은길을 걷겠다는 정당의 대표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참으로 새로워지겠다면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솔직하게 고백할 것은 고백하여야 한다. 정확하게 분석하고, 엄정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왜 공적자금이 문제되고 있는가.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을 극복하고, 구조조정을 수행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을 문제삼는 사람은 없다.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쪽으로 쓰여졌는지, 아니면 방만하게 사용되어 오히려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우선적으로 존재한다. 여기에다 정치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것은 공적자금의 사용이 공정하였는지, 대중영합식 정치 때문에 아까운 자금이 방만하게 운용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러한 의문을 과거 정권의 잘못으로 돌린다면 무늬만 새로워지는 것이지 결코 내용으로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애초 1997년의 외환위기에 대한 원인분석부터 그러하였다. 이것은 산업화를 진행한 이후 우리의 경제정책, 기업의 관리형태, 금융산업의 경쟁력 등 우리의 경제구조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그래서 새로운 개혁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이 대량실업과 기업의 대량 부도사태라는 불행 속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었다. 이 아까운 기회를 전(前) 정권에 대한 공격과 외환보유액이라는 단편적인 지표만 갖고 정권 홍보하는 데 소모하여 버렸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통하여 진정으로 반성하였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투명해지고, 훨씬 더 정쟁으로 소모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이 되었을 것이다. 무슨 게이트니, 무슨 로비 사건이니 하면서 날을 새는 일도 적었을 것이다.

이제 실질적으로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는 겨우 1년여가 남았을 뿐이다. 이 정권과 여당이 할 일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정권도 모든 잘못을 전 정권에 전가하지 않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다음 정권이야말로 진정한 개혁 정권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심정으로 개혁의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엄청난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말뿐의 개혁이 아닌 진정한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게 하려면 몸통부터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사고를 하고 새로운 비전을 가지며 새롭게 행동하여야 한다. 기성정치의 낡은 때를 버리고, 나눠먹기 식으로 이권을 챙기는 그 수많은 패거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말보다 행동을 보여주길▼

우리나라에도 지금까지 몇 번의 세대교체론이 있었다. 그것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나이의 젊음을 빼고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여권의 젊은 정치인이 새롭게 제기한 젊은 정치론이 과연 기존의 세대교체론을 답습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성정치의 실질적인 극복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정치쇄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불신과 냉소주의를 증폭시켰던 자당의 정치행태부터 스스로 비판하며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미래지향적이면서 생산적인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의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진정한 비전의 제시와 실천으로 이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각범(한국정보통신대 교수·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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