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외계의 속삭임에 관한 칼 세이건의 저서 3권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21분


◇ 콘택트(전 2권)/ 칼 세이건 지음/ 각 300쪽 내외 8000원 사이언스북스

◇ 에필로그/ 칼 세이건 지음/ 349쪽 1만2000원 사이언스북스

◇ 호두껍질 속의 우주/ 스티븐 호킹 지음/ 216쪽 2만3000원 까치

흰눈이 덮인 차가운 겨울 들판을 배경으로 밝은 별들이 축제를 벌이는 요즘이다. 매운 바람이 방해되기는 하지만 카펠라 씨리우스 등 많은 일등성들이 벌이는 하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더구나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며 우주와 인류와 나 자신의 의미를 찾아 낸다면 금상첨화.

그 의미를 알기 위해선 우선 별과 우주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우주를 발견하는 일이고 나를 발견하는 일이며, 나와 신과의 관계를 따져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는 너무 넓고 큰 반면 우리의 감각과 사고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런 것은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고, 날카로우며,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영혼을 가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우주가 감추고 있는 신비의 한 자락을 들춰보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6년 타계한 위대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많은 사람들을 우주의 신비 속으로 안내한 드문 사람 중 하나다. 세이건 박사는 태양계와 우주에 관한 과학 해설서와 다양한 텔레비젼 강좌, 소설 등을 통해 인류에게 우주가 무엇인지, 우주에서 인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설명했었다. 이번에 출간된 ‘에필로그’ ‘콘택트’ ‘창백한 푸른 점’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힌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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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까치에서 번역 출판된 스티븐 호킹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 역시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 풍경의 의미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훌륭한 우주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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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 ‘콘택트’는 칼 세이건의 장편 SF 소설로 우주에 대한 폭넓은 과학 지식과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탄탄한 구성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이미 1997년에 영화로도 소개돼 많이 알려져 있는 ‘콘택트’는 전파 천문학자인 엘리 에로웨이가 직녀성의 우주인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수신하여 그들이 보내온 기계설계도에 따라 기계를 제작한 후 접촉한다는 내용이다. 지구인을 향해서 보내오는 메시지 속에 지구에서 발사한 텔레비젼 전파를 포함시킨 설정이라든가 엘리 일행과 접촉하는 우주인이 엘리 일행의 기억을 조사한 후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과 같은 설정은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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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엘리의 인간적인 고뇌와 고민을 설명하고, 우주와 종교의 문제를 연결시키고 대비시키는 일에도 게으리지 않았으며 천문학을 비롯한 현대 물리학의 폭넓은 지식을 활용하는 데도 성공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과감한 생략법을 통해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이끌어 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콘택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참으로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포만감에 젖을 수 있었다.

‘에필로그’는 칼 세이건이 썼던 칼럼, 연설, 기고문 등을 모아놓은 수필집이다. 천문학이나 우주의 문제와 같이 거대담론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늘 대하는 일상적인 관심사들을 중심으로 썼다.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던 천체 물리학자가 우리 주변의 문제, 즉 지구 내부의 문제를 바라볼 때는 지구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우주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에 대한 해석이 그렇고 공해 문제와 낙태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그렇다. 그에게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옳고 그름보다는 무엇이 더 합리적인 것인지가 관심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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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천체 물리학자가 쓴 우리 주변의 이야기지만 칼 세이건 특유의 감각을 통해 그것이 우리의 일상사일 뿐만 아니라 우주와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스티븐 호킹이 쓴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앞의 두 책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우주의 문제를 다룬 과학서적이다. 이 책은 이미 ‘시간의 역사’를 통해 과학 대중화에 대성공을 거둔 바 있는 스티븐 호킹이 다시 한 번 우주의 문제를 거론한 책이다. ‘시간의 역사’가 대중적인 인기와는 달리 내용이 어려워 책을 산 사람의 불과 2%만이 끝까지 읽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수많은 그림과 도표를 사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그러나 제3장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아무래도 어렵다.)

어떻든 호킹의 이 책은 우주의 구조와 인류의 미래를 다룬 책들 중에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브레인 이론은 끊임없이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루어 온 과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난해보이기만 하는 어려운 물리학의 주제들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만한 책들과 함께 한다면 금년 겨울 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밝게 보이지 않을까?

곽영직(수원대 물리학과 교수)

◆칼 세이건은

천문학을 대중화 하는데 크게 기여한 칼 세이건은 1996년 12월20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2년이 넘는 투병기간 중에도 장거리 비행 강연을 마다하지 않았고 여러차례 대중강연을 선 채로 하는 등 그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감동울 주었다.

세이건은 20세기 천문학과 우주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과학자였을 뿐 아니라 행성학 우주생물학 지구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지대한 공헌을 했다. 코넬대 데이비드 던컨 천문학 및 우주과학 교수이자 행성연구소 소장이었으며 1950년대 이후로는 미 항공우주국(NASA) 고문직을 맡아 아폴로 비행사들의 교육을 맡기도 했고 마리너 호, 바이킹 호, 갈릴레오 호 탐사계획 실험에 참여했다.

그는 금성이 높은 온도의 대기로 둘러 싸이게 된 원인(강력한 온실효과)과 화성의 계절적 변화의 원인(바람에 날리는 먼지), 그리고 타이탄의 붉은 아지랑이의 정체(복잡한 유기 분자들)를 밝히는데 크게 기여했다.

훌륭한 연구업적과 봉사로 NASA에서 수여하는 특별한 과학적 성과에 대한 훈장과 두 차례에 걸친 공훈표창, 아폴로 공로상, 미국 국립과학 아카데미가 주는 최고상인 공공복지 훈장등을 수상했다. ‘소행성 2709 세이건’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12년 동안 행성 연구를 다루는 과학 전문 잡지인 ‘이카루스’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에덴의 용들(The Dragons of Eden)’로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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