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회장은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내정돼 앞으로 자리 하나를 더 갖게 된다.
몸이 두 개일리 없는 박회장이 과연 이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15일 2001한국마사회컵 코리아오픈국제유도대회 참석차 제주에 머물던 박회장의 호텔 방을 찾았을 때 의문은 저절로 풀렸다.
비서로부터 전날 대회에 참석한 각국 유도계 인사를 위한 만찬을 주재하며 과음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쉬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방을 찾은 시간이 오전 10시. 박회장은 토스트로 식사를 대신하며 몇시간째 노트북 컴퓨터를 켠채 이메일을 검색하고 답장을 쓰느라 여념이 없었다.
“IJF 관련 이메일만 하루 10개 정도 돼요. 대한상의와 회사까지 합치면 아마 결재하고 답장해야 할 이메일만 하루 수십개는 될겁니다. 다행히 IJF 업무는 대부분 이메일로 처리하고 회의도 주말에만 하기 때문에 국내 업무에는 크게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8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한 박회장은 실제로 어디를 가더라도 무선인터넷이 되는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반드시 갖고 다니며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IOC로부터 위원 후보에 선임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뒤 며칠이 지났지만 박회장은 여전히 고무돼 있었다. 95년 IJF 회장에 당선됐을때부터 내심 IOC 위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해쯤에는 반드시 될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기대보다 1년 늦어졌다는 것이 박회장의 설명. IOC위원에 뜻을 둔지 6년만에 뜻을 이룬 셈이다.
“IOC위원 뽑을 때 해당 단체에 문제가 있고 갈등이 있으면 아예 추천도 안할 뿐더러 개인에 대한 평판도 봅니다. 올 7월 IJF 총회에서 내가 치열한 선거전을 치러 재선됐다면 아마 나를 이번에 후보에 올리지도 않았을 겁니다.그런 의미에서 IOC 위원에 선임된 건 모두 세계 각국 유도인들이 믿고 지지해준 덕분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유도인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박회장은 유도인출신이 아니다. IJF 회장이지만 지금까지 유도복을 한번도 입어본 적도 없다. 95년 대한유도회장이 됐을 때 유도를 배워보자고 작정하고 운을 띄웠더니 당시 부회장을 맡고 있던 김정행씨(현 대한유도회장)가 “그 나이에 시작했다가 괜히 큰 부상이나 당하기 쉬우니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고 말리는 바람에 진짜 유도인이 될 수 있었던 기회마저 놓쳤다.
유도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사고’였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 박회장은 82년 어느날 자신이 대한유도회 부회장이 됐다는 사실을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부랴부랴 경위를 알아보니 당시 한양그룹 회장이던 고 배종렬씨가 회장을 맡은 뒤 재계인사중에서 부회장을 찾자 자신의 고교 동창중 한명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름을 올려버린 것.
이렇게 우연히 유도와 인연을 맺었지만 이젠 박회장도 유도인이 다 됐다. 14,15일 이틀동안 코리아오픈이 열린 한라체육관을 지키며 경기를 다 봤다. 20년동안 유도를 지켜보다 보니 경기에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단다.
박회장은 IJF회장으로서 첫 임기 동안 컬러유도복을 도입하는등 보수적인 유도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올 7월 연임에 성공한 박회장은 최근 상금제와 서든데스제 도입으로 또 한번 변신을 시도중이다. 박회장은 “조금씩 바꾸는게 내 취미”라고 말했다.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자크 로게(벨기에) IOC위원장과의 관계도 관심거리.
“로게회장은 95년 IJF 회장이 된뒤 알게 됐습니다. 두산맥주 합작회사인 인터브루가 벨기에 회사여서 그곳에 지인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의 소개로 알게 됐으니 올해로 6년째죠. 벨기에가 유럽에서도 특히 유도가 강한데 로게가 룰을 다 알만큼 유도에 훤합니다. 애틀랜타올림픽과 시드니올림픽때도 로게가 유도경기장을 찾아와 내내 같이 있었습니다”.
박회장은 “로게가 당신 IOC위원시켜주겠다고 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고 했지만 뒤이어 “이심전심으로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두 사람 관계가 단순히 얼굴만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님을 암시했다.
박회장이 IOC위원에 내정되자 박회장을 김운용(대한체육회장) IOC위원의 뒤를 이을 선두주자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최근 국내 체육계의 분위기.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박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대한상의회장은 풀타임 자립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70%를 할애해야 할 정돕니다. 국내 체육계는 사실 신경쓸 시간이 없습니다. 8년간 맡고 있던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직도 지난해 모두 그만뒀습니다. 바빠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감투만 쓰면 뭐합니까”. 제대로 봉사못할 거면 아예 안하는게 낫다는게 그의 말이었다.
<제주〓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박용성회장 프로필
△40년 9월11일생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뉴욕대 경영대학원 졸
△82년 대한유도회 부회장
△86년 대한유도회 회장
△91년 국제유도연맹 재무이사
△95년 국제유도연맹 회장(올 7월 재선)
△현 대한상공회의소 및 서울상공회의소 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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