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리그 감독의 속을 태웠던 선수인 옥은희, 박정은, 한현선 선수를 만나 부활준비 및 각오를 들어봤다.
▽현대 옥은희 “거미손 부활 기대하세요.”
용병이 수입되기 전인 99년 여름에 '거미손'이라는 별명으로 리바운드를 걷어내던 옥은희 선수를 기억하는 팬들이 있을 것이다. 센터가 없던 현대에서 옥은희는 보배나 다름없었던 존재였고, 전주원선수에 이어 팀내 2번째 고액 연봉자였지만, 고질적인 허리부상은 그녀의 출장시간을 차츰 줄어들게 했다.
용병의 수입 이후 골밑에서의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주춤한 가운데 인사이드 플레이를 펼치는 몇 안되는 국내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 옥은희다. 여자농구임을 감안한다 해도 센터로서는 다소 작은 178cm의 신장으로 현대의 골밑을 굳건히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 여름리그에서는 그런 그녀의 플레이를 볼 기회가 적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출장 시간이 점점 줄어든 것. 여기에 격렬한 몸싸움이 필수인 골밑에서의 플레이로 부상은 점점 심해져 갔다. 이렇게 되자 확실한 인사이드 플레이어가 몇 안되는 현대는 용병인 샌포드의 부담이 가중돼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며 우승을 놓치게 되었다.
이런 여름리그에서의 안 좋은 기억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옥은희는 이를 악물고 재활훈련에 매진중이다. 리그가 끝난 후부터 전주원과 함께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재활을 했으며 지난 19일부터는 팀 훈련에 처음으로 합류한 상태다. 완전치 않은 몸이지만 올 겨울리그에는 단 1분이라도 출장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를 보이는 옥은희는 팀의 해체설과, 재정 상태 악화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시 한번 이를 악 물었다. 당장이라도 허리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수술을 겨울리그가 끝난 후로 미루고 팀의 우승을 일궈내겠다는 그녀의 다부진 태도가 눈에 띈다.
“개인적인 타이틀은 생각 할 상황이 아니다. 오로지 팀의 우승만을 위해 뛰겠다”는 단호한 각오를 밝혔다.
▽삼성생명 박정은 “부상 탈출, 삼점슛 감각 다시 찾았어요”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박정은은 지난 여름리그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정규리그 4강 턱걸이를 해 올라간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 것이 자신의 부진 탓인것 같아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팀 동료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고비때마다 빠른 슛타이밍으로 3점슛을 쏘아대고, 상대 팀 수비수를 적극 수비하던 박정은은 지난 여름리그에 오른쪽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속에서 제대로 체력훈련도 하지 못한채 리그에 임했었다. 마음만큼 못 따라가는 몸을 이끌고 뛰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예전만 못한 박정은”이라는 평가가 있었고, 골밑 부진보다도 심각한 외곽포 침묵이라는 주변 반응에 박정은은 힘든 여름을 보내야만 했다.
악몽같은 여름리그를 뒤로 하고 박정은은 숙소와 용인 수지를 오가는 2개월간의 힘든 재활 훈련을 거쳐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단계를 걷고 있다. 아직까지도 컨디션이 완전치 않지만, 겨울리그에는 매 경기 30분 정도의 출장을 목표로 훈련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정은의 애를 태우는 부분은 슈팅 등의 기술적인 부분이다. 예전같은 감각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많은 연습량으로 감각 회복에 힘을 쓰고 있다.
박정은의 이번 겨울리그 목표는 오직 우승뿐이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최고조로 올라가고 있고, 자신의 몸 상태도 빠른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 우승에 대한 좋은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이젠 팀의 주장으로서 팀 동료의 방패막 역할을 하고 싶다고 예전보다는 훨씬 성숙한 말투로 얘기하는 박정은의 모습엔 삼성의 겨울리그에서 달라진 모습이 투영되는 듯 하다.
▽금호생명 한현선 “원조 거머리 수비 다시 보여드릴께요.”
전주원을 무득점으로 막았다던 전설의 수비수(?) 한현선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팬들과 멀었졌을 즈음 그녀는 홀연 복귀 선언을 했다. 은퇴 후 3년만이다.
만년 꼴지 팀으로 모래알 같던 금호생명에서 지난 여름리그 한현선의 경기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 이유는 현저하게 떨어진 체력때문이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운동을 쉬었기 때문에 코트 감각도 잃어버렸고, 낮선 경기장, 낮선 선수들에 한현선은 쉽게 지쳐 버렸다.
그리고 리그가 한창이던 여름 어느 날 벤치에서도 한현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현선은 도를 닦는 마음으로 체력 훈련에 들어간 것이다. 자신의 찰거머리 수비에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이 첫째도, 둘째도 체력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풀타임 출장까지는 힘들어도 경기당 20분정도를 뛸 수 있는 체력은 갖춘 것 같아요. 새로운 감독님이 의욕적이고 선수들 사이에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서 이번 시즌 좋은 예감이 드네요”라며 체력훈련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에이스 부재의 팀에서 한현선은 가장 맏언니이다. 부담감이 만만치 않을텐데, 자신의 몸 상태가 엉망이어서 후배들 보기 민망했었다며, 맏언니의 부활을 꼭 지켜봐 달라고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단다.
금호의 이번 시즌 목표는 “4강 진출”이다. 가보지 않았던 산을 오르기 전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교차한다는 한현선 선수의 각오가 “만년 꼴찌”의 꼬리표를 떼고 비상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박상혁 기자/jumper@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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