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말한다]손범수가 본 '돌날', "소주한잔이 그립다"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7시 52분


대학생 시절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면서 정세라라는 학생을 만났다. 그 친구가 이젠 어엿한 연극배우로 성장했다.

이런 인연으로 정세라가 소속된 극단 ‘작은 신화’를 알게 됐고 대표이자 연출가인 최용훈씨를 만나게 됐다.

이 극단의 공연은 하나도 빼지 않고 보고 있다. 공연도 재미있지만 공연 후에 단원들과 함께 하는 소주 한잔은 나에게는 ‘작은 신화’ 식구들의 젊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다.

얼마전, ‘작은 신화’에서 전화가 왔다. “선배님 ‘돌날’이라는 공연을 하는데 보러오세요. 그리고, 우리 무대 위에서 소주도 한 잔 하시구요!”

이게 무슨 소린가? 무대 위에서 한 잔 하자니? ‘연극에서의 무대는 가장 소중한 곳인데, 무대 위에서 술을 마시자니?’ 내가 잘 못 들었겠지 하면서 공연장을 찾았다.

그런데, 내가 잘 못 들은 게 아니었다. 공연이 시작되니, 무대에서는 전을 부치고, 잡채를 만들고 있었다.

돌집의 안주인과 그의 친구들이 음식을 만드는 모습,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곧이어 남편의 친구들이 들어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나는 어느 잔칫집 한가운데 앉아있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연극 속 주인공들은 ‘386 세대’라 불리는 30대다.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젊은 시절을 보내고 어느새 삶의 한가운데로 내동댕이쳐진 30대들. 연극 ‘돌날’은 이들의 요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작 잔치의 주인공인 아기는 온데 간데 없는 돌잔치. 옛 친구들과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연극이었다.

이 작품은 최근 연극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뽑히기도 했다.

손범수(MC)

#공연안내

-25일까지 오후 4시반 7시반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

-길해연 홍성경 임형택 서현철 등 출연

-김명화 작 최용훈 연출

-일반 1만5000원 중고생 8000원

-02-764-3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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