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또 “남편이 어제 청와대, 국가정보원 그런 쪽으로부터 조사받은 뭐가 있었던 것 같다”며 계속 의혹을 제기했지만, 박 전 의원은 “어디로부터도 조사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박 전 의원의 해명으로 다 끝난 것 아니냐”며 언급을 피했다.》
◆김재옥씨 "폭로후 남편 조사받은 것 같아"
박정훈 전 의원의 부인 김재옥씨는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의 말씀에 승복하기로 했다”며 말을 삼갔다. 김씨는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양심이 있어야 한다”며 거듭 김대중 대통령과 김홍일 의원을 겨냥했다.
김씨는 “내 진심이 왜곡돼 마치 ‘값싼 폭로’를 한 것처럼 와전되는 바람에 ‘제2, 제3의 비밀을 털어놓겠다’는 당초의 다짐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 문제 때문에 박해를 받게 된다면 (추가 폭로를) 못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88년의 일을 지금에야 털어놓은 이유는….
“월간지 기자가 김 대통령과 대우그룹 간의 정치자금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남편은 ‘정권이 끝난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말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박 전 의원은 한 번에 2억∼3억원씩 모두 세 차례에 걸쳐 8억∼9억원 전달했다고 하는데, 당시 현금을 담은 사과상자가 방 천장까지 쌓였다는 얘기가 맞나.
“다소 과장됐다. 그러나 내 생애 그렇게 큰돈을 직접 본 적이 없다.”
-박 전 의원이 16대 총선에 공천을 못 받은 것에 대한 보복인가.
“단지 그 이유라면 작년에 폭로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이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 도움을 많이 준 대우그룹과 김우중 회장을 저렇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려 했으나 수위를 낮춘 것이다.”
-김우중 회장과는 어떤 사이인가.
“늘 나에게 ‘박 의원은 깨끗한 사람이니 나랏일만 신경 쓰게 하라’며 많은 도움을 주셨다.”
-김홍일 의원에게 할 얘기가 남아있나.
“김 의원이 나에게 ‘형수님 심정 잘 알지만 큰 일을 하다 보니 죄송하게 됐습니다’라고 사과 한 마디만 했어도 고통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 의원이 내년 1월6일 출국하기 전에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김 의원은 ‘아버지와 상의해서 연락 드린다’는 얘기만 하며 시간을 질질 끌었다.”
-박 전 의원의 19일 해명서는 여권의 압력 때문에 나온 것인가.
“상상에 맡기겠다. 이 인터뷰 기사도 남편의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게 맞춰 달라.”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김홍일의원 "그런 분과 무슨 얘기를…"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은 20일 박정훈(朴正勳) 전 의원의 부인 김재옥(金在玉)씨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몸이 안 좋으신 모양이더라. 여자분하고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라고만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당무회의 직전 기자들이 88년경 박 전 의원을 통해 김우중(金宇中) 대우그룹 전 회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사과상자의 돈 액수 등에 대해 질문공세를 폈지만 손만 내저었다.
한 측근은 “신문기사를 보니까 김재옥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두통도 있다고 하더라. 그런 분이 남기고 싶은 얘기를 했다는데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공식적으로 코멘트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측근은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착각이 있을 수 있고 과장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김씨 스스로도 돈냄새니, 사과박스가 천장까지 쌓였다느니 하는 것은 과장이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김옥두(金玉斗) 의원은 “박 전 의원의 해명이 100% 맞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박정훈의원 "정치자금 전달 내 뜻"
박정훈 전 의원은 19일 ‘아내의 최근 발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송구함과 곤혹스러움을 금치 못하겠다’는 해명서를 배포한 뒤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끊고 있다.
그는 해명서를 낸 뒤에도 부인 김재옥씨가 2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발언을 계속하자 이날 김씨를 데리고 아예 지방여행을 떠나버렸다. 그의 한 지인(知人)은 “박 전 의원이 무척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부친(고 박세경·朴世徑 변호사)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과 어떤 인연인지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리고 내가 김우중 회장과 어떤 관계인지 잘 알지 않느냐”며 “88년 당시 김홍일씨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은 순전히 나 자신의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88년 이후에는 정치자금과 관련된 어떠한 심부름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50년대 국회 사법위원장을 지낸 박세경 변호사는 김 대통령의 후견인 겸 지지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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