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가슴 철렁 ‘스토커’…지나친 관심 누가 좀 말려줘!

  • 입력 2001년 12월 24일 09시 59분


혹시 영화 ‘더 팬’을 기억하시는지. 특별한 바람도 요구조건도 없이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며 메이저리그 간판선수를 따라다니는 스토커에 관한 영화다. 오늘의 주제는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2001년판 ‘더 팬’ 후속편 이야기들. 때로는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법이다.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와 에릭 캐로스(LA다저스). 이제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해진 이 메이저리그 슬러거들은 지난 가을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스토커들 때문이었다.

단일시즌 홈런 신기록(73개) 소유자인 배리 본즈는 시즌 종료 후 지역 라디오에 출연해 FBI(미국 연방수사국)가 자신에게 살해 협박이 있다는 사실을 통보해 왔었다고 뒤늦게 밝혔다. 그는 “9·11 테러사태 이후 경기가 재개됐을 때, 주변에 널린 보안 경비원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공을 제대로 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본즈는 이 때문에 한동안 슬럼프를 보이기도 했다. 그의 하소연에 지레 겁을 먹었는지, 시즌 종료 이후 스토커 소식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다저스의 강타자 에릭 캐로스도 시즌 내내 고생하다 겨우 한시름 놓았다. 스토커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 캐로스가 미 전역을 돌며 162게임을 치르는 동안 스토커인 조셉 프루돔도 함께 따라다녔다. 결국 미 연방법원은 지난달 말 조셉 프루돔에게 보호관찰 3년과 6개월의 정신과 치료명령을 내렸다. 만약 프루돔이 보호관찰 기간 내에 명령을 어길 경우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박찬호도 예외는 아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극단적인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가볍게 넘길 일 또한 아니었다. 학습부진아로 판단되는 한 중학교 학생이 그의 귀국 때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사인을 요구했다. 이 중학생은 지난해 1월 박찬호의 공주 집까지 쳐들어가 만나달라고 소란 피운 일도 있었는데, 이에 놀란 박찬호의 조부 고(故) 박효원옹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 중학생은 해외파 선수들이 귀국할 때면 귀신처럼 나타나 사인을 요청하곤 한다.

그렇다고 스토커가 끔찍한 결과만 낳은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 한국 최고의 변화구 투수였던 A씨는 야구장에서 만난 묘령의 아가씨와 사귀었다. 그런데 동료들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하자 모두들 기겁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동료들 대부분이 한동안 그녀와 사귀다 헤어졌다는 게 아닌가. 이름난 야구선수 스토커였던 것이다. 동료들은 여인의 과거를 들먹이며 결별을 종용했지만 A씨는 이를 애써 무시했다고. 결국 이 에피소드는 영화와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결혼한 두 사람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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