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북 무주 예체문화회관. 올해 46세로 제29회 전한국프로복싱신인왕대회 최고령 출전선수로 눈길을 끌었던 이상선(서울 마포 라이온체육관)씨는 1회 33초만에 KO패 한 뒤 사뭇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이씨는 공이 울리자 마자 주먹을 뻗으며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상대편 이백우(안양 광체육관)선수에게 원투스트레이트를 허용하며 다운됐다. 곧바로 일어섰으나 다시 레프트훅에 걸려 두 번째 다운. 신인왕전에서는 두 번 다운되면 자동으로 KO패가 된다. 너무 성급하게 덤벼들었다는 것이 이씨측의 패인분석. 이씨는 “체력이 남아도는 데도 경기를 그만 해야한다니 분해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며 “내가 완전히 지쳐 떨어질 때까지는 미련을 버릴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7년 42세의 나이로 뒤늦게 복싱을 시작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울분을 달랠길이 없었다. 싸움이라도 벌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어서 복싱도장을 찾았다. 그리고 날마다 샌드백을 두들겼다. “샌드백 두드리고 샤워하고 나니 너무 개운했습니다.” 그는 홀로 사는 밤무대 악사.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이를 잊기위해서라도 샌드백을 쳤다.
18년 동안 헬스클럽을 다녔던 그는 복싱을 시작한 뒤 몸무게를 12kg 가까이 뺐다. 밴텀급인 그의 현체중은 53kg.
그는 복싱을 시작하면서 목표를 세웠다. 반드시 신인왕전에 나가 1승을 거두겠다는 것.
“사회에서 40대를 퇴물 취급하는데, 40대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죠.”
신인왕전에 나가기 전에 프로테스트를 받아야했는데 4년여 동안 3번 불합격한 끝에 4번째 도전에서 합격했다. 지난해 6월 프로데뷔전을 치렀다. 지기는 했지만 21세 선수와 다운을 주고 받는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이번 신인왕전에 출전하자 주변에서는 “소원을 풀게됐다”고 할 정도로 이씨의 각오는 남달랐다. 직장까지 쉬어가며 매일 오전 체육관에서 스파링한뒤 매일 자정 한강변을 뛰며 체력을 다졌다.
“늦은 나이에 장하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을까봐 반드시 이기고 싶었는데….”
이씨는 신인왕전이 끝나자 다시 체력훈련에 들어갔다. “2월 미니플라이급 한국타이틀매치 오프닝 경기에 출전합니다. 이 때 이기면 계속 출전하겠습니다. 저는 체력도 자신감도 아직 끄떡없거든요.”
마포라이온체육관 02-703-7908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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