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日 노천온천호텔/온천물에 몸 풀고 절경에 시름 덜고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02분


가즈 라바시 호텔의 노천탕
가즈 라바시 호텔의 노천탕
《하늘을 찌를 듯한 뾰족산, 급경사의 벼랑이 지천인 협곡. 아래로는 급류 천지다. 자칫 잘못해 발을 헛디딘다면 그대로 추락이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오지인 시코쿠의 도쿠시마현. 얼마나 험난한 협곡이던지 봉건시대에는 세력다툼에 패한 다이묘 일족이 숨어들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도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이 곳. 인기있는 관광지가 됐다. 온천덕분이다. 그 모습과 분위기가 이 곳의 풍광만큼이나 특이한 도쿠시마현 온천향(鄕). 거기서도 특별한 노텐부로(風呂·노천온천탕)가 있는 온천호텔 세 곳을 소개한다. 》

# 가즈라바시 호텔

외관은 호텔건물인데 객실은 타타미 깔린 전통 일본료칸(旅館) 스타일이었다. 일단 짐을 풀고 나면 온천욕부터 즐기는 것이 일본 온천여행의 순서. 곱게 개어둔 유카타(긴 가운)를 맨몸에 걸치고 게다 모양의 슬리퍼를 끌고 대욕장(공중탕)으로 갔다.

욕탕은 여느 온천과 다르지 않았다. 탕안에 몸을 담그고 샤워를 한 뒤 노천온천탕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노텐부로는 대욕장 바깥에 있어 문만 열면 바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는 달랐다.

유카타를 입은 채로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올라야 한다. 케이블카 역에서 약 100여m 위 산중턱,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자란 나무가 빽빽한 숲에 있었다. 탕은 모두 세 개(남탕 여탕 혼욕탕). 탕안에 앉으니 산과 숲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눈 비 올 때는 더욱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덥힌 몸을 식히느라 탕밖으로 나왔다. 싸늘한 찬바람에 온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났다. 춥기는커녕 오히려 시원했다. 노텐부로의 매력은 바로 이것, 시원함이었다.

1박2식에 1만5000∼2만5000엔. 2만5000엔이면 일본에서 최고급 수준이다. 다니구치 마리지배인은 “한국여행자에게는 이보다 저렴한 ‘특별가격’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현지전화 0883-87-2171

▽찾아가기〓다까마츠공항/버스∼다까마쯔역/JR난푸(南風)리레호∼마루가메역/난푸(南風)13호로 환승∼아와이케다역/보통선으로 환승∼오오보케역/버스∼가즈라바시호텔. 일한 국제교류 여행기획(06-6946-1403)에서는 한국어로 문의에 응한다.

# 이야온천 호텔

반경 9km이내에는 집 한 채도 없는 첩첩산중. 호텔은 이런 오지에 있었고 이 호텔의 노텐부로는 여기서도 170m의 깎아지른 듯한 벼랑 아래에 있었다. 접근수단은 역시 케이블카. 42도 급경사로 250m나 내려갔다. 케이블카로 탕을 옮겨 다니는 30여개 온천중에서도 로프경사가 가장 심한 곳이 바로 이야온천이라고 했다.

노천온천탕으로 가는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지는 심산유곡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용출한 온천원수가 탕에 유입(분당 1500ℓ)된후 바로 계곡에 흘러들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렇게 쏟아내는 수량(하루치)은 유조차(2만ℓ들이 탱크장착) 108대 분. 통상적인 일본 온천탕 10개의 하루 물사용량에 맞먹을 정도라고 했다. 탕안에 앉아 물속을 들여다 보니 피부에 작고 흰 기포가 달라 붙었다. 단순유화수소의 기포인데 물에서 자체발생했다. 화학성분의 냄새도 나 특별한 약탕처럼 느껴졌다. 1박2식에 15000엔. 현지전화 0883-75-2311.

▽찾아가기〓아와이케다역↔이야온천호텔/버스 하루 세차례(10시, 12시15분, 13시15분)운행, 한시간 소요.

뉴아와지 호텔의 명물인 발코니 노천탕

# 호텔 뉴 아와지

도쿠시마에서 버스로 한시간 가량 가면 역시 온천향으로 이름난 스모토(효고현)에 닿는다. 바닷가에 있는 호텔 뉴 아와지는 스모토시의 온천수를 공급받아 운영하는 온천호텔.객실 발코니에서 바다를 바라다 보면서 즐기는 노천온천탕. 정말로 특별한 기분이었다. 임산부 지체부자유자 등 공중탕 이용을 꺼리는 사람을 위한 이 온천탕은 이 호텔만의 특별한 시설. 휠체어 사용자는 슬라이드식 이동욕조의자에 앉아 편안히 온천탕을 드나들며 온천욕을 즐긴다.

지상의 바닷가 노천탕에서는 파도소리까지 들린다. 1박2식에 2만5000엔. 현지전화 0799-23-2200

▽찾아가기〓스모토행 페리를 이용한다. 간사이국제공항에서 40분, 오사카시에서 90분, 고베에서 70분 소요. 스모토항→호텔/택시로 5분.

<도쿠시마·효고〓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 식후경/전통 료칸 호텔식 문화

일본온천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저녁식사. 온천으로 미각을 돋군 뒤 산해진미를 맛보는 것이 일본의 온천문화다. 일본 온천호텔의 숙박료가 ‘1박2식’으로 구성된 것도 이 때문.

전통료칸(旅館)식 호텔의 경우 식당은 객실과 마찬가지로 전통 타타미방 구조. 특이한 것은 ‘류카타’차림으로 일행끼리만 오붓하고 편안하게 식사를 하는 것. 이를 위해 식당측은 칸막이친 방안으로 손님을 모신다. 식사후에는 이 자리에서 가라오케 연주에 맞춰 여흥까지 즐긴다.

상차림은 모두가 독상. 널찍이 떨어진 채 서로 마주보며 앉아서 술과 음식을 함께 든다. 음식은 코스로 제공되는 정식 스타일의 ‘가이세키’요리. 회 조림 구이 찜 찌개 등이 총동원되는데 거기에는 반드시 그 지방의 특산물이 한 두가지씩 포함된다. 가즈라바시 호텔의 경우 협곡에 자생하는 희귀한 물고기와 산채, 그리고 유기농법으로 기른 청정채소가 특미.

료칸식 온천호텔의 식당에서 한국인 여행자는 대개 두가지에서 놀란다. 엄청난 음식량과 중년여성 종업원의 ‘각별한’ 식사시중이 그 것. 저녁식사는 대식가도 포식할 만큼이어서 대부분 남길 정도. 술과 함께 들 경우 아무리 빨라도 한시간 이내에는 끝내기 어렵다.

노천온천탕에서 즐기는 ‘유키미자케’ 역시 일본온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 노천탕에 몸을 담근채 따근한 청주가 담긴 술병과 술잔이 놓인 나무쟁반을 탕안의 물위에 띄워 두고 눈나리는 풍경을 감상하며 한잔 한잔 기울이는 것.

<도쿠시마〓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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