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수비라인은 기본적으로 ‘노장 만세’다. 또 ‘극단적인 수비축구’와 ‘공격지향의 수비축구’간 맞대결 구도다.
수비축구의 대명사는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네덜란드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며 결승에 올랐던 이탈리아 아주리 군단의 빗장 수비(카테나치오). 그 중심에 서있는 선수가 바로 파울로 말디니(34·스페인 바르셀로나)다.
말디니는 1988년 이후 14년째 이탈리아 수비 라인을 지키고 있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다. 그의 절묘한 태클은 이탈리아 카테나치오의 정수를 담고 있고 번개같이 상대 진영을 헤집으며 공격의 물꼬를 트는 모습은 리베로의 전형을 보여준다.
말디니는 98프랑스월드컵 때 아버지 체사레 말디니가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 가운데 팀 주장을 맡아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3월29일 리투아니아와의 유럽 예선전에서 A매치 117경기에 1만26분 출장이라는 이탈리아 축구 사상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2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도 ‘1대1 수비의 귀재’ 알렉산드로 네스타(26·이탈리아 라치오)와 함께 팀 수호신으로 맹활약, 8경기에서 단 3실점만 허용하며 팀 본선 진출을 일찌감치 이끌어냈다.
‘카테나치오’의 정반대 색깔에 서 있는 선수는 98프랑스월드컵 준결승전의 영웅인 프랑스의 릴리앙 튀랑(30·이탈리아 유벤투스)이다. 아프리카 출신인 튀랑은 당시 위치 선정을 잘못해 크로아티아의 다보르 수케르에게 선취골을 허용했다. 홈 관중석이 충격에 휩싸인 사이 튀랑은 1분도 안돼 오른쪽 라인을 따라 질풍같이 상대 문전으로 치고 들어가 동점골을 넣었고 얼마후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생애 첫 A매치(대표팀간 경기) 골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거푸 차넣었던 것. 템포를 조절할 줄 알뿐더러 힘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큰 경기에서 위축되지 않고 기대 이상의 역량을 펼쳐보이는 선수가 바로 튀랑이다.
미구엘 나달(36·스페인 마요르카)과 함께 스페인 문전을 지키는 페르난도 이에로(34·레알 마드리드)도 빼놓을 수 없다. 노장이라 체력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 루트를 점 찍듯 차단하는 노련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득점력도 매서워 A매치 83경기에서 27득점을 기록했고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7경기에서 3골을 차넣었다.
이 밖에 아르헨티나 부동의 스리백을 구축하고 있는 월터 사무엘(24·이탈리아 AS로마)-로베르트 아자라(29·스페인 발렌시아)-네르손 비바스(33·이탈리아 인터밀란)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사무엘은 어린 나이에도 명석한 판단력으로 팀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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