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룡(崔相龍) 주일본 대사와 이재춘(李在春) 주러시아 대사의 전격 경질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12월 31일 한 독자는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4강 외교 중시’의 허실을 꼬집었다.
모스크바 현지의 한 외교관도 지난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러시아 방문기간 중 ‘과공(過恭)시비’에 휘말렸던 이 대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질된 데 대해 “가뜩이나 잦은 대사 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러시아 측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인사에 대한 외교통상부 안팎의 비판 논거는 간단하다. 고도의 전문성과 정책의 지속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외교 현장 사령탑의 잦은 교체가 필연적으로 외교 역량의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4대 강국에 파견됐던 전직 대사 7명의 평균임기는 22개월. 임기 2년을 넘긴 대사는 이홍구(李洪九·98년 5월∼2000년 8월 재임) 전 주미대사와 권병현(權丙鉉·98년 5월∼2000년 8월) 전 주중대사 등 2명뿐이다.
더욱이 러시아와 중국 등은 오랜 인간관계를 통해 형성된 현지 인맥이 업무성과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 이런 특성 때문에 선진국들은 처음부터 전문가를 선정해 파견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 임기 3년이 지나기 전에는 교체하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
더더욱 문제의 소지가 큰 대목은 신임 일본대사로 내정된 조세형(趙世衡) 민주당 상임고문이 일본 경험은 전혀 없는 그저 ‘호남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 오래 근무한 한 중진 외교관은 “정치인 출신인 만큼 내년 대통령선거 이후 교체될 것이 뻔한 ‘1년 임기’ 대사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공무원 인사에서 지연 학연을 배제하라는 김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와 때를 같이해 이루어진 ‘자리 봐주기’ 인사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국제부>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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