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국민연대가 서울의 중고교생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부패·반부패 의식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부패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72.5%는 한국을 부패 순위 1∼20위군에 속하는 국가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41.3%는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또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뇌물을 쓸 것’(28.4%), ‘부정부패를 목격해도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모른 체할 것’(33%)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사회 전체의 부패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부패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부패에 빠져들 수 있다고 한 그들의 응답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청소년들의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어른들 때문이다. 곳곳에 만연된 부패문화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공직사회 기업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부패구조는 뿌리깊다. 이는 법이나 상식보다 권력 돈 연줄을 앞세우는 풍토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도 자고 나면 각종 권력형 부패 비리 의혹이 터지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와 윤태식씨 사건에서 보듯 권력 주변과 정관계 여기저기에서 부패의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패 공화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2001년 국가별 부패를 나타내는 투명성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4.2점으로 조사 대상 91개국 중 42위에 그쳤다. 부끄러운 수치다.
부패가 만연한 사회는 법치허무주의를 부르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많은 국민을 힘 빠지게 한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도 무망하고 국가경쟁력도 생길 수 없다. 선진국 진입도 요원하다.
지난해 7월 우여곡절 끝에 부패방지법이 마련되긴 했지만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의식이다. 우리는 신년 사설에서 ‘정권 부패척결에서 구국(救國) 시작해야’라고 주장했다. 현 정권은 올 한 해 동안 단단한 각오로 부패 척결 작업을 펴나가야 한다. 청소년들이 부패부터 배운대서야 나라꼴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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