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에세이]'죽의 장막' 뚫으려면 신용과 진심뿐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44분


1989년만해도 중국은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아직 국교도 수립되지 않은,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한우리’를 중국에 진출시키자는 LG상사의 당시 제안은 매력적인 동시에 모험이었다. 음식천국이라는 중국에서 요리로 승부를 건다는 사실이 일단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국 음식에 대한 자신감과 우리의 음식문화를 중국에 알리자는 각오로 중국 진출을 결심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거울삼아 우선 음식점 이름부터 ‘서라벌’로 바꿨다. 중국인들에게는 서라벌이라는 이름이 더 한국적으로 느껴지고 발음도 쉽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메뉴는 갈비와 불고기, 국수 전골로 승부를 걸었다. 중국에서는 모든 조리 과정이 주방에서 끝나기 때문에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갈비나 전골 같은 음식이 색다른 맛과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또 하나 내세운 것은 서라벌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였다. 중국인들은 웃는 것을 금기시할 정도로 무뚝뚝한 대륙성 기질을 갖고 있다. 음식점 주인이 손님에게 인사도 안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중국인들에게 서라벌은 전 직원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등 그들이 접해 보지 못한 서비스를 보여줘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진출 초기에는 중국에 처음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들처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청결에 대한 인식이 낮은 중국인 종업원에게 늘 깨끗하게 씻도록 가르치는 것도 문제였고 중국인들의 입맛을 맞추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 한국에서 채소 씨앗을 가지고 와서 위탁재배를 한 적도 있었고 연변 등지를 헤매며 찾아낸 재료를 혼합해 된장이나 고추장의 맛과 비슷한 소스를 개발해내기도 했다.

정착을 위해 애쓰면서 가장 신경을 쓴 점은 신용을 지키는 것이었다. 제일 좋은 품질의 고기를 엄선하고 절대 중량을 속이지 않는 것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하북성에 있는 도축장을 찾아가 고기를 별도로 주문해 규격화시키기도 했다.

이런 소문이 퍼져 처음에는 손님이 대부분 한국인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인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을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인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중국인들은 처음에는 사람을 잘 믿지 않지만 신용을 지키고 진심으로 대하면 그들 역시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이 점만 명심하면 중국 사람들만큼 비즈니스하기 좋은 사람들도 없다. 또한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힘을 쓰고 중국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조옥선 한우리외식산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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