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홍선/13억 중국시장 기술로 승부해야

  • 입력 2002년 1월 4일 18시 12분


요즘 중국 사람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와 올해 월드컵축구 본선 진출 등에 고무돼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7위, 무역량 세계 9위인 중국이 잇단 경사를 발판삼아 2010년까지 GDP를 2조달러로 늘려 세계경제의 중심에 우뚝 설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13억 인구에 광활한 국토와 풍부한 부존자원을 보유한 중국이 드디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맹주로 거듭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현지언론 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중국이 향후 미국과 쌍벽을 이뤄 세계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연일 특집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급격한 위상 변화에 많은 경제인들은 놀라움을 넘어 두려운 기색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앞다퉈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중국 열기가 뜨겁다. 정보통신 자동차 반도체 등 중국 특수(特需)가 기대되는 업체들은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가전 사무기기 등 세계 1위를 달리는 중국 업체들의 파상공격이 예상되는 업종에서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존방안과 신규사업을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중국시장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13억 인구가 있으니 볼펜 한자루씩만 팔아도 13억개를 팔 수 있다’는 식의 장밋빛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 경제의 참모습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중국의 잠재력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팽배해 있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임에 틀림없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실상을 너무 모른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내 상품거래의 90% 이상이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 국민 대부분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중국은 헌법에서 다양한 개인 소유를 허용할 정도로 개방돼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국유기업이라는 인식은 커다란 착각이다. 한 유력 가전업체의 경우 자본금의 25%를 종업원에게 나눠주는 등 종업원지주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병법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에 세계 유명 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바뀌었다.

중국 광둥(廣東)성에는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280개 정도가 진출해 있다. 외국업체들이 모여들고 있는 베이징이나 푸둥지구에는 소니 컴팩 제너럴모터스(GM) 등 세계적 대기업들의 사무실과 공장이 즐비한 상태다.

결국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에 맞서 중국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려면 우수한 기술력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승부해야 한다. 현재 중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애니콜 등 일부 업체들의 성공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이홍선 두루넷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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