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의 발달은 참으로 눈부시다. 일본에서는 쌍둥이 송아지를 복제해냈고 이탈리아에선 사람의 유전자를 지닌 ‘쥐아기’가 태어났다. 또 미국에선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원숭이까지 복제했다. 그뿐인가.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해 무병장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초기 인간배아 복제도 성공해 가까운 장래에 세포치료술로 암, 치매 등 난치병을 몰아내고 소 돼지를 무한정 복제해 식량문제를 간단히 해결한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른바 바이오캐피털리즘 시대, ‘대박’을 약속하는 생명체 연구는 21세기 새 화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좋아만 하기엔 어딘지 찜찜하다. 한 번 생각해보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여기저기 걸어다닌다면 어떤 느낌일까. 결코 지나친 상상이 아니다. 돌리 탄생 이후 당장 미국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과 테레사 수녀,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 등을 복제인간 후보로 꼽지 않았던가. 굳이 생명의 존엄성이나 창조의 신비를 들먹일 필요까지 없다. 벌써부터 우성 인자만을 지닌 ‘맞춤인간’ 등장, 생태계 파괴, 변종 바이러스 출현 등 재앙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몇 년 전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 물고기 한 마리 때문에 호수의 물고기가 몰살한 일도 있었다.
▷바빌론 신화에 등장하는 바벨탑 얘기는 인간의 오만을 경고한다. 최초의 인간은 모두 같은 언어를 썼는데 이들이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쌓자 신이 노해 탑을 무너뜨리고 말을 뒤섞어 이때부터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됐다는 줄거리다. 장기이식 때 거부반응이 없는 돼지를 복제했다고 세계가 다시 떠들썩하다. 동물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돼지 심장을 단 인간이라. 글쎄, 무병장수도 좋지만 대재앙을 예고하는 ‘현대판 바벨탑’을 보는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
최화경 논설위원 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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