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분노와 무참한 보복으로 물든 폭력의 21세기 한가운데로 다시 걸어온 간디를 읽은 기분. 민족에 대한 사랑이 인류에 대한 사랑과 모순되지 않음을 보여준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혼 간디에 대한 두툼한 평전이다.
그동안 간디 자서전이 여러 곳에서 나왔지만 이 책은 간디에 얽힌 모든 이야기와 주변 생을 아우르면서 인도의 근대사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특히 후반부에 간디 암살범 나투람 고드세의 암살 계획과 실행, 재판에 이르기까지 간디의 암살을 둘러 싼 특수한 상황은 지금까지 자세히 소개된 적이 없는 역사적 사실들이다.
이 책의 원제는 ‘간디의 재발견’이다. 프리랜서 작가로 외국을 떠돌던 저자는 1948년 암살당한 간디를 보았으며 그의 육신이 화장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돼 이 책의 집필에 들어 갔다고 한다.
저자는 치밀한 사실 자료와 객관적인 관점에서 간디에게 씌워진 신화를 부단히 벗겨 내 간디를 성자에서 인간으로 복원시킨다.
간디신화라는 맹목적인 허우적거림에서 벗어나 간디 역시 결함있는 인간으로 대할 때 간디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도중에 인도 근대 정치사를 서술한 부분은 다소 지루하지만 중간중간 저자가 복원해낸 간디의 육성은 그중 아무거나 적어놓더라도 삶의 지침이 될만한 잠언집 한권은 충분히 될 듯 하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