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 황정민씨(31·여)는 3일 오후 4시경 방송 녹화를 마치고 난 뒤 곧바로 한강변으로 나갔다. 겨울 강변을 달리기 위해서다. 그녀는 30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내의 ‘달리는 사람들’ 가운데 한명이다.
그녀는 4년 전부터 바쁜 일정을 쪼개어 달리기를 즐겨왔다. 실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5㎞ 단축 코스를 뛴 적도 있다. 그녀의 자동차 트렁크에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달릴 수 있게 운동복과 러닝화가 준비되어 있다.
아직까지 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은 없지만 언젠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달리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달리기 전 그녀는 10분 정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처음에는 잔설(殘雪)이 있는 강둑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차츰 속도를 올렸다. 그녀는 자신만의 달리기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느림보 러너가 되자’는 것. 건강과 기분 전환을 위해 달리는 만큼 무리해서 빨리 달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기록은 5㎞ 주파에 평균 35∼40분. 실제로 스포츠의학 전문의들도 추운 겨울에는 근육이나 힘줄(腱), 인대가 수축돼 있어 부상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고 천천히 달리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낮은 강도의 운동이 좋다고 강조한다.
황씨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운동량이 부쩍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 달렸을 때 추운 겨울에 몸무게가 훨씬 많이 빠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운동할 때 차가워진 몸은 따뜻한 몸에 비해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그러나 실제로 겨울철에 ‘포동포동’ 살이 찌는 사람이 더 많다. 추위를 핑계로 실내에서만 빈둥거리기 때문. 또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체지방을 더 유지하려는 몸의 자기 방어 기능도 한 몫 한다. 전문가들은 “체온 유지만 잘 한다면 겨울철 운동은 추위를 이기고 건강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고 말한다.
“뛰다보면 뇌파도 일정한 흐름을 보이는 느낌이에요. 호흡이 가빠지는 상태를 지나면 구름 위에 두둥실 떠 있는 것 같이 몽롱해져요. 잡념이 사라지고 몸은 오직 달리는 일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달리기가 마무리될 때쯤 그녀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말했다. 러너스 하이는 마라톤과 같이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계속하면 느끼는 신체적 행복감. ‘운동 하이(Exercise High)’라고도 불린다. 의학계에서는 뇌 속의 특정 화학물질이 분비돼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황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라톤 예찬론에 매혹돼 달리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한 경험이 있는 하루키는 수필집 ‘하루키 일상의 고백’에서 “우리는 장수하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다. 설령 단명(短命)한다고 하더라도 그 짧은 인생을 어떻게든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숙면을 취할 수 있어 다음날 피부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맑은 정신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제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내 주인이 나를 이토록 소중히 여기는구나!’ 이렇게 말이죠.” 이마의 땀을 닦으며 환하게 웃는 황씨의 얼굴은 ‘건강’ 그자체였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박용하교수)
▼황정민 주법으로 본 달리기 가이드
“점수로 매기면 90점 이상의 훌륭한 러너입니다.”
서울중앙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의 김용권 운동처방실장은 황정민씨의 달리기 자세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빨리 달리는데 급급하지 않고 천천히 달리면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준 것.
김실장이 관심있게 지켜본 것은 달릴 때의 뒷 모습. 몸 전체가 지면과 수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를 곧게 세우고 어깨는 수평을 유지하며 발은 평행을 이뤄야 한다는 것. 황씨의 자세는 이 모든 항목을 만족시켰다.
감점 요인이 된 것은 황씨의 착지법과 옆 모습. 달릴 때 발 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아야 하는데 황씨는 앞 발을 먼저 땅에 디뎠다. 실제로 황씨는 불안한 착지법으로 지난해 관절 질환이 악화해 수개월동안 조깅을 중단해야만 했다.
턱이 조금 앞쪽으로 나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올바른 자세는 △땅바닥을 쳐다보지 않고 전방 15m를 주시한 채 △턱은 약간 몸쪽으로 당기고 △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 나쁜 자세가 몸에 밸 경우 근육과 뼈에 무리가 가게 된다.
“달린 뒤 뭉친 다리근육은 어떻게 풀어주나요?” 황씨뿐만 아니라 스커트를 입는 대부분의 여성이 고민하는 사항.
김 실장이 내린 처방은 스트레칭과 목욕 요법. 달린 뒤에는 다리 근육 중 정강이 주변과 종아리 근육이 쉽게 뭉치는데 스트레칭과 목욕으로 곧바로 풀어주는 게 좋다.정강이 근육은 다리를 곧게 편 뒤 발가락을 최대한 몸쪽으로 잡아당긴 상태에서 정강이 부분을 고루 지압하면 쉽게 풀린다. 종아리근육을 풀기 위해서는 계단을 이용, 발뒤꿈치를 바닥에 댄 채 발앞끝을 계단에 걸쳐 서서 몸을 상하로 움직이면 된다. 이후 섭씨 40도 정도의 따끈한 물에 다리를 담그고 있으면 효과가 배가된다고 김실장은 말했다.
▼황정민은 누구
▶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 ▶미혼 ▶93년 1월 KBS 아나운서로 입사 ▶취미: 여행 음악감상 ▶특기:스포츠 ▶진행중인 방송 프로그램: 뉴스 7, 도전 지구탐험대, 가요빅뱅, FM 대행진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