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 천식은 부유한 나라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선진국형 질환이다. 한국도 소득이 증가하면서 어린이 천식 환자가 최근 2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서울지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20대 2.1%, 30대 3.8%, 40대 3.7%, 50대 4.9%, 60대 이상 11.8% 등 나이가 많을수록 천식 환자의 비율이 높았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 비율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천식 치료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이었다. 환자가 천식 증상으로 심한 고통을 받은 뒤에야 기관지를 넓히는 확장제를 투약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천식의 원인이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료의 방향이 바뀌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평소에 알레르기 염증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데에는 스테로이드로 알려진 부신피질 호르몬이 효과적이지만 장기간 많은 양을 복용하면 살이 찌고 털이 많이 나며 당뇨와 고혈압, 백내장 골다공증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먹지 않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빨아들이는 스테로이드 흡입제는 천식 치료의 신기원이 됐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의 ‘플릭소타이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풀미코트’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기관지 확장 효과를 가진 약제를 첨가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의 ‘세레타이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심비코트’가 개발돼 좀더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
기관지 천식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만성적이고 재발이 많은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 신약의 개발로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한 질환이 아니며 평소에 잘 관리하면 정상인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천식 환자 톰 돌란(27)이 개인혼영 400m 부문 2연패를 달성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조상헌(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버추얼엠디(서울대병원 부설 사이버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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