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작은 전자도서관’에서 이 학교 6학년 김희라양(12·논현동)이 전자도서인 영어동화책 ‘바보 이반’을 읽고 있었다. 김양은 이번 겨울방학이 시작된 이후 하루 한 번꼴로 이곳에 들러 전자도서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집에서 가깝고 원하는 책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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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곳에는 50여명의 학생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PC가 한 대씩 놓인 40석의 전자열람석은 꽉 찼고 늦게 온 학생들은 일반열람석에 앉아 만화책 동화책 소설책 등을 읽기도 했다.
강남구청이 10억8900만원을 들여 언북초등학교와 도성초등학교 등 5개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개조해 지난해 10월부터 문을 연 작은 전자도서관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전자도서관은 30∼60평 규모로 관내 학생은 물론 직장인과 주민 등의 ‘평생학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을 연 지 얼마 안됐지만 전자도서는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고 일반도서는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다. 특히 전자도서는 30명 이상이 동시에 똑같은 책을 읽을 수 있고 문자는 물론 소리와 동영상 등이 담겨 있어 대출 예약이 몰리고 있다.
이날도 최원준군(12·언북초교 6학년)이 구연동화 ‘개미와 베짱이’를 대출 신청하자 152명의 예약자가 대기 중이란 표시가 PC 화면에 떴다.
최군은 “책도 새 책이고 컴퓨터도 최신 기종이어서 좋지만 구연동화 등 전자도서는 예약자가 너무 몰려 대출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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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전자도서관은 학생들에게 시민 의식을 길러주는 ‘교육의 마당’ 역할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예약한 책은 차례를 기다려야 볼 수 있고 자신의 ID로 컴퓨터에 접속해 대출한 뒤 필요하면 대출기간 연장 등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북초교 도서관 사서 송성혜씨(28·여)는 “학생들이 게임이나 채팅 대신 독서를 생활화하는 모습을 보니까 흐뭇하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올해 25억원의 예산을 들여 관내 10개 초등학교에 작은 전자도서관을 더 만들 계획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인구 2만명당 도서관 한 곳이 있지만 우리는 12만명당 한 곳에 불과하다”며 “구민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작은 전자도서관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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