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수첩'(도서출판 엔터닷컴)으로 이름붙인 이 자서전은 앞머리에 안 여사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자들을 주로 치료해 야전병원 이 됐던 광주기독병원의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겪었던 숨막혔던 순간들을 적고 있다.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이부터 자상(刺傷) 총상(銃傷)을 입은 사람들까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오후부터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 뿐이었다. 피가 부족했다….
안 여사 등이 병원직원들부터 "피를 보태자"고 호소해 시작된 운동은 여고생 등 온 시민들에게 번져갔고 훗날 5·18 공동체정신 의 근간을 이룬 시민헌혈운동의 씨앗이 됐다.
회고록에는 이 헌혈운동에 동참해 피를 뽑아 주고 병원을 떠난 한 여고생이 한시간도 못돼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돌아온 눈물젖은 이야기도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248쪽 분량의 이 회고록에는 후반부에는 광주사태 관련자로 5·18 군사법정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남편 명노근(明魯勤·전 전남대 교수·99년 타계)씨 등의 석방을 요구하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활동을 벌였던 '거리의 역사'도 실려 있다.
또 91년 지자제 실시와 함께 광주시의원으로 변신해 5·18특위 위원장으로서 5·18부상자 휴유증 치료를 위한 시립정신병원 건립 등을 위해 뛰었던 일화 등 여성의원으로 경험한 지방자치 현장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안 여사는 "80년대 거리에서 깨친 역사의식과 공동체 정신, 사람에 대한 사랑을 기록해야 겠다는 심정으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는 11일 오후 4시 광주 서구 농성동 상록회관.
<광주=김권기자>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