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대표용병' 샌포드-맥클래리가 본 한국농구

  • 입력 2002년 1월 7일 17시 26분


맥클래리(오른쪽,삼성)와 샌포드(현대)가 삼성 수지체육관에 전시된 지난 시즌 우승 트로피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맥클래리(오른쪽,삼성)와 샌포드(현대)가 삼성 수지체육관에 전시된 지난 시즌 우승 트로피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몇 마디 나누더니 금세 웃고 떠들었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외국인 포워드 아티머스 맥클래리(29)와 여자프로농구 현대 하이페리온의 센터 나키아 클레이 샌포드(24).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으며 한국 무대에서 두 시즌째 뛰고 있는 이들이 경기 용인시의 삼성농구단 숙소에서 처음으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맥클래리는 지난 시즌 삼성을 정상으로 이끌며 최우수 외국인 선수에 뽑혔고 샌포드는 지난해 여름리그에서 현대를 준우승으로 올려놓은 주역. ‘코리안 드림’을 이루고 있는 맥클래리와 샌포드는 이날 처음 얼굴을 마주 대했는데도 한 고향 선후배인 것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맥클래리〓고향이 어디죠.

▽샌포드〓전 조지아에서 태어났어요.

▽맥클래리〓아, 그래요? 저는 조지아 바로 아래 플로리다 잭슨빌이 고향이에요. 우리 둘 다 남부 출신이군요. 미국에 있을 때는 눈을 거의 본적이 없는데. 한국에 오니 눈을 자주 봐 좋아요.

▽샌포드〓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한국 선수들이 빠른 데다 양손으로 던지는 3점슛은 성공률이 높아 아주 놀랐어요. 몇몇 선수들은 미국에 진출해도 통할 것 같아요.

▽맥클래리〓저도 비슷했어요. 어찌나 외곽슛을 잘 던지던지. 특정 선수가 팀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미국과 다른 점이라고 느꼈어요.

▽샌포드〓올 겨울리그에는 미국여자프로농구 출신 선수들이 뛰고 있어 더욱 힘들어요.

▽맥클래리〓남자도 팀마다 전력이 엇비슷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하지요. 우리 팀은 문경은이 다른 팀으로 간 뒤 구심점이 사라졌어요.

▽샌포드〓훈련량은 어때요? 저는 시즌 때 거의 자유시간이 없어요.

▽맥클래리〓우리 팀은 훈련이라면 다른 어떤 팀보다 센 것으로 유명하지요.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는 중국 미국 등지에서 두 달 가까이 대회 출전과 훈련을 해 아주 힘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아직 시즌 중반인데 벌써 지치기 시작해요. 그런데 여자농구는 심판 문제가 없나요? 특히 외국인 선수에게 불리한 판정이 내려지기도 하지요.

▽샌포드〓동감이에요. 제가 아는 한 외국인 선수는 심판에게 잘 보이려고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했대요. 그런데 오히려 “왜 인사하느냐”고 핀잔을 들었답니다.

▽맥클래리〓심판에게 조금만 항의를 해도 걸핏하면 테크니컬 파울을 주더라고요. 내가 영어로 좀 얘기를 하면 심판들이 이해를 못하니 화난 표정만 보고 징계를 주는 것 같아요. 요즘은 심판에는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지요.

▽샌포드〓심판들이 선수들의 ‘헐리우드 액션’에 잘 속는 것 같아요. 수비를 하다 살짝 건드렸는데도 코트에 꽝 넘어지는 선수들이 있거든요. 심판들은 그런 동작에 그만 넘어가지요.화제를 바꿔 볼까요. 한국에 오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돼요. 한국음식이 좋기는 한데 저칼로리여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요. 한국에 있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어머니가 거기서 밥은 주는 거냐고 물어 웃었지요. 올시즌에도 벌써 5㎏이나 빠졌어요. 불고기는 하도 먹어 질렸어요. 요즘은 갈비탕을 즐기는 편이에요.

▽맥클래리〓저는 생선류를 좋아합니다. 숙소에서 피자나 스파게티 등을 시켜 먹기도 하지요. 지난 시즌에는 아내와 늘 같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사정이 있어 아직 못 왔어요. 21일 아내가 오는데 빨리 만났으면 좋겠어요.

▽샌포드〓저도 지난해 10월 결혼한 남편이 다음달 올 계획이에요. 그건 그렇고 한국에 있으면서 어디 가 볼 만한 곳을 봐둔 데 없어요? 추천해 주세요.

▽맥클래리〓저는 경기가 없는 날에는 분위기 좋은 신촌 홍익대 앞 힙합 카페에 자주 가지요. 또 방배동도 괜찮아요. 거리를 쭉 걸어 다니다 보면 다양한 상점이 많아 쇼핑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요. 이태원만 가면 재미없잖아요. 외국인 선수끼리 가끔 만나 식사도 하는데 여자선수들도 그러나요.

▽샌포드〓여자팀은 자유롭지 못해요. 모여서 저녁도 먹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어요. 경기장에서나 오며가며 잠깐 얘기를 나눌 뿐이죠.

▽맥클래리〓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싶어요. 일단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단기 승부니까 우승도 노려 볼 수 있겠죠. 최근 무릎에 물이 고여 제대로 못 뛰고 있는데 심각한 부상 없이 전 시즌을 소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샌포드〓빨리 회복되세요. 저 역시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어요. 지난 여름리그에서 준우승을 맛봤으니 그보다 더 나은 성적은 우승밖에 없겠죠.

▽맥클래리〓오늘 진짜 즐거웠어요. 우리 계속 연락해요.

▽샌포드〓그래요. 그동안 미국 사람을 거의 못 만나 외로웠어요. 정말 다시 한번 만나요.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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