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26·삼성증권)이 새해 벽두부터 ‘대어’를 낚았다. 7일 호주 시드니에서 개막된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투어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총상금 40만달러) 남자단식 1회전.
세계랭킹 118위 이형택은 한때 세계 1위까지 올랐던 7번 시드의 카를로스 모야(스페인)를 2-0(7-6, 7-6)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모야는 99년 3월 당시 29주연속 세계 정상을 지키던 피트 샘프러스(미국)를 밀어내고 스페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한 주인공. 95년 프로 데뷔 후 메이저대회인 98년 프랑스오픈 우승을 포함해 7승을 거뒀으며 통산상금 만도 660만달러에 이른다. 현재 세계 랭킹은 이형택보다 100계단 가까이 앞서는 19위.
반면 이형택은 지난해 60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으나 시즌 후반 들어 잇단 부진으로 급격하게 하강곡선을 그리며 랭킹이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번 대회에서도 시드까지 받은 모야와 달리 예선 3경기를 치르는 가시밭길 속에서 간신히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이형택은 이날 과감한 네트 대시와 주무기인 백핸드 다운더라인을 앞세워 예상 밖으로 모야를 무너뜨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최근 슬럼프을 겪었는데도 오히려 고비 때마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형택은 “예선에서 세계 70∼80위대 선수들과 싸워 이기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이번 승리를 계기로 랭킹에 연연하지 않고 다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이형택은 2회전에서 파브릭 산토로(프랑스)-캐롤 쿠체라(슬로바키아)전 승자와 3회전 진출을 다툰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