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에 머물고 있는 황보 박사는 7일 기자와 통화에서 “위험성이 높은 인공위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기쁘다”며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났으며 앞으로 후진양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 박사는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개척자로 불린다. 그는 미국 코네티컷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위성제작회사인 페어차일드 스페이스사에서 일하다 198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척박한 한국 우주산업에 발을 디뎠다. 90년 한국통신(현 KT)의 위성운용단장에 취임해 한국 최초의 상업용위성인 무궁화위성 1, 2, 3호의 발사를 진두지휘했다.
시련도 많았다. 밤낮없는 준비를 거쳐 95년 전국민의 관심 속에 무궁화위성 1호가 발사됐지만 발사체 이상으로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1호기는 자체연료를 재가동해 정상궤도에 오르긴 했지만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황보 박사는 ‘반쪽의 성공이 아니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후 황보 박사는 무궁화 위성 2호 및 3호기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1호기는 경사궤도로 운용함으로써 수명을 오히려 2년 연장했다. 정상궤도를 유지하려면 궤도를 계속 고쳐줘야 해 연료소모가 많다는 단점을 보완한 것. 이 과정에서 한국 업체들이 위성체 핵심부품에 관해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하게 됐고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위험성이 높은 국가사업을 진행할 때는 여러 안전장치가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보 박사는 앞으로 국내 대학에서 항공우주산업 분야에 대해 강의하는 한편 위성분야 자문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