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 강북에서 강남으로 집을 옮기는 것도 일종의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라 할 만하다. 이 땅의 교육환경이 싫다며 아예 외국으로 교육이민을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지방에서 서울로 전학한 고교생은 3843명, 강북에서 강남으로 전학한 학생은 611명으로 해마다 공부를 위해 집을 옮기는 학생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해야 대학에 들어가기가 그만큼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일부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가 치솟는 가장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이 같은 학생들의 이동을 꼽았다. 건설교통부 한 관리의 말처럼 ‘맹모삼천지교형 이사’라는 표현이 그럴듯하다. 아파트를 짓고 있는 한 건설회사는 주변에 명문학교가 많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숫제 ‘신맹모삼천지교 아파트’라는 선전문구까지 사용했다. 최근 1, 2년 새 대학입학 면접시험에 ‘맹모삼천이 오늘날에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맹모삼천과 비교해 8학군선호경향에 대해 비판해 보라’는 문제가 나온 것도 이 같은 사회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사랑은 유별나다. 남다른 교육열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좋은 학교와 학원, 그리고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곳으로 집을 옮기려는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너도나도 경쟁하듯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가고, 그것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굳어지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더욱이 그것이 순전히 대학입시 때문이라니 안타깝기만 하다. 사는 곳이 다르면 대학입시에서까지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세상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