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연봉 애널리스트는 어떤 잣대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게 됐으며 실제로 연봉만큼 투자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을까.
동아일보 증권팀이 15개 증권사 61명의 투자전략가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답변을 기초로 한국 애널리스트의 평가 방법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무엇이 억대 연봉의 스타를 만드나〓한국 증시에서 애널리스트의 몸값을 결정하는 요소는 하나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펀드매니저들의 투표다.
펀드매니저란 은행이나 보험 연금 등 기관에서 거액의 돈을 운용하는 사람. 증권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들은 수시로 보고서를 발표하거나 펀드매니저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어 자신있는 종목을 발굴 추천한다. 애널리스트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으면 펀드매니저는 그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에 투자주문을 내는 것.
경제신문 등에서 주관하는 펀드매니저의 투표로 업종별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선정된다. 일단 베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보통 억대의 연봉이 보장된다.
문제는 이 투표 방식이 그다지 공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 61명의 투자전략가 가운데 53명(86.9%)이 ‘지금의 투표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최근 인기투표에서 3위 안에 들었던 한 투자전략가조차 “솔직히 실력보다 로비 능력이 더 중시되는 게 현실”이라고 답변할 정도.
또 설문 응답자 중 51명(83.6%)이 앞으로 애널리스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공정한 평가 잣대도 없는데 스타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무명은 더 쇠퇴하는 불공정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문제점과 대안〓사정이 이렇다보니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인기 투표를 의식한 애널리스트가 실력 연마보다 인간 관계에 더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
투표 시즌이 되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술자리가 부쩍 늘고 지연과 학연이 거론되기 시작한다. 펀드매니저들이 골프 치는 곳까지 따라가 얼굴 알리기에 나서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한 펀드매니저가 투표하기 귀찮다며 투표를 자기 회사 브로커에게 맡기고 이 브로커는 다시 자신이 아는 애널리스트에게 투표 용지를 전해 애널리스트가 자신의 이름을 써넣는 경우도 있었다.
또 펀드매니저들은 생각나는 이름이나 아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탓에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보고서를 쓰지 않은 애널리스트가 버젓이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하고 자기 전문업종이 아닌 곳에서 베스트에 오르는 일까지 생긴다. 지난해에는 한 증권사의 기업분석 애널리스트가 코스닥 시황 분야에서 베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입는 손해도 적지 않다. 일반투자자들도 증권사 지점과 인터넷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접한다. 그런데 보고서의 소재 자체가 큰 자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의 구미에 맞게 돼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 외에도 투자설명회를 자주 갖지 못하는 중소형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는 정상적으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등 공정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신영증권 장득수 부장은 “학계, 투자자, 펀드매니저, 증권협회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평가단을 구성해 애널리스트가 발표하는 보고서의 횟수와 적중도, 논지의 일관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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