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에 국내 호텔의 예약 관리를 맡은 공식 숙박대행업체인 영국 바이롬사가 각국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 등 ‘월드컵 패밀리’에게 객실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고 바이롬사를 통하지 않고 호텔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객실은 가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예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숙박 예약 현황 주간사 바이롬 한국정보통신 국내 사무소 월드컵 한국
숙박사업단월드인 예약센터 인터넷예약시스템 www.fifa-hotels.com www.worldinn.com 숙박시설 관광호텔급 이상 229곳 2만2749객실 여관·모텔급 이하 3200여곳 7만7000여 객실 예약현황 70% 10%
▽심각한 객실 구하기〓지난해 12월 15일 일본인 관광객 100여명을 유치한 A여행사는 최근 계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바이롬사의 한국사무소인 ‘월드컵 한국숙박사업단’에 월드컵 기간에 부산 롯데호텔의 스탠더드룸 100실을 신청했지만 2주 후에 다른 호텔의 디럭스 더블룸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A여행사 관계자는 “부부라도 따로 잠자는 경우가 많은 일본인들에게 2인용 침대 1개가 있고 가격도 비싼 디럭스 더블룸에 묵어야 한다는 말은 못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 1000여명을 유치하려던 B여행사도 월드컵 기간에 부산과 서울의 두 호텔에 룸 300개씩 모두 600개를 예약 신청했지만 숙박사업단측이 부산에 있는 호텔의 룸 50개밖에 내주지 않아 계약이 무산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상품 가격의 50%가 숙박비인데 방을 잡지 못하니 상품을 만들 수가 없다”며 “대형 여행사들이 20∼30명의 관광객 유치팀을 각국에 보냈지만 불확실한 객실 확보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롬사는 지난해 초 전국의 229개 호텔과 전체 객실의 70%인 2만2700여 객실을 계약했으며 현재 1만5000여 객실의 예약을 끝냈다.
▽치열한 로비전〓국내 여행사들은 최근 바이롬사가 확보한 70%의 객실을 제외하고 호텔이 자체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전체 객실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호텔들은 바이롬사에 넘긴 객실의 가격(99년 정가에서 24% 인상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받기 위해 나머지 객실 가격을 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 모 호텔 관계자는 “현재 200여객실의 예약을 자체적으로 받을 수 있는데 1000실 이상의 신청이 들어와 있다”며 “바이롬사가 월드컵 패밀리의 예약을 마치고 객실을 호텔쪽에 좀더 풀어줄 때까지 가격 설정이나 예약 등록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바이롬사와 계약하지 않은 저가의 호텔이나 여관 등은 온돌이나 2인용 침대 1개 위주라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꺼린다”며 “여행사마다 월드컵조직위원회와 호텔쪽의 인맥을 통해 편법적으로 객실을 확보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여행업계 요구와 전망〓여행업계는 우선 바이롬사가 월드컵 패밀리에 대한 예약을 마무리해 호텔쪽에 남는 객실을 빨리 풀어줄 것과 호텔들이 객실 가격을 빨리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여관급 이하 숙박업소의 예약 관리를 맡은 숙박대행업체인 ‘월드인’과 조직위원회가 서둘러 이들 업소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숙박사업단 방미해(方美海) 차장은 “여행사들이 무조건 숙박시설부터 확보해 폭리를 취할 우려가 있어 여행사들이 신청한 객실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1월 말쯤 월드컵 패밀리의 숙박 예약이 끝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컵조직위원회 강성일(姜聖一) 숙박부장은 “일반 외국인 관광객들은 월드인을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한 여관급 이하 ‘지정숙박업소’로 유도하고 있다”며 “숙박 시설 부족이 근본적인 이유라서 현재의 상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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