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우지수의 10년 그래프를 그려보면 단기적인 등락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장기적인 상승추세를 보였다. 덕분에 노후를 위해, 혹은 자손에게 주식을 물려주기 위해 우량주를 사는 장기투자가 가능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10년 내내 400∼1100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10년전 100만원을 증시에 묻어뒀다면 지금 찾을 수 있는 돈도 100만원 남짓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기투자가 가능할까. 결국 이는 증시에 대한 관점과 투자 태도 등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연결된다. 대표적인 장기투자론자 신영증권 장득수 부장과 대표적인 반대론자 시카고투자컨설팅 대표이사 김지민 박사의 장기투자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장득수 부장〓매일 시황판을 들여다보는 개인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져도 마음 졸이고 주가가 올라도 “언제 팔지?” 고민하며 마음 졸인다. 이런 마음 고생 끝에 어느덧 본업은 제쳐두고 주식투자가 본업이 되기도 한다.
장기투자는 평범한 개인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이같은 병폐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수익률. 장부장도 한국 증시에서 장기투자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95년 이후 주가 상승률이건 하락률이건 그 등락률이 항상 세계 5위 안에 들었다. 그만큼 변동성이 큰 증시였다는 것. 그렇다고 한국 증시가 주가가 변할 때마다 사고 파는 사람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던가. 물론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극소수일 뿐이다.
“장기투자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더 멀리 내다보는 투자는 투자자에게 많은 기회를 줍니다. 매일 사고 팔면 수수료만 물고 증권사 좋은 일만 시킬 뿐입니다. 만일 주식을 10년 동안 갖고 있다면 투자자는 그 주식을 언제 팔 것인지 선택할 시점이 훨씬 더 많아지며 그만큼 유리해 집니다.”
▽김지민박사〓“삼성전자같은 ‘우량한 회사의 주식’을 오래 보유하고 있으면 그 주식이 무조건 돈을 벌어다 줄까요. 천만에, 그건 허황한 꿈일 뿐입니다.”
김박사 주장의 핵심은 ‘주식시장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우리가 우량주라고 믿는 종목도 마찬가지다. 한 때 수만원대였던 현대전자가 오늘 3000원대의 하이닉스반도체가 되리라 예상했던 사람이 누가 있었던가. 아무리 내가 ‘우량주’라고 생각해 샀더라도 실제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다면 과감히 손절매를 해야 한다는 것.
“수년씩 한 종목을 들고 있으면 언젠가 본전을 찾을 수 있다고요? 그럴 가능성도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기간 동안 투자자가 당한 정신적 고통은 누가 보상합니까?”
어차피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10년 동안 미국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추세였다고 해서 앞으로 10년도 그 추세를 이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무작정 믿고 기다리는 것은 패망의 지름길일 뿐이다.
“투자자는 부지런해져야 합니다. 이 종목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과감히 손 털고, 충분히 올랐다고 생각할 때 이익을 실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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