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전국의 대도시에는 지난 수십년 간 주택의 재고가 가구 수를 따라 잡지 못하는 만성적 주택부족 현상이 지속되었다. 특히 서울은 집 지을 땅이 부족해 신규주택은 주로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사태 이후 주택정책은 건설경기 부양 쪽으로 선회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정책 변화로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고 투기적 아파트 가수요를 가능케 함으로써 주택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의도였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부터 실시해오던 분양가 규제를 해제해 분양가격을 자율화함으로써 가격상승의 시장 조건이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그 위에 1999년부터 초 저금리로 인해 전세의 월세 전환율이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의 과열조짐이 시작되었다. 이에 더해 최근의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지역으로의 전학열풍과 서울 주변 중산층이 밀집한 신도시 지역의 고교평준화 등 교육문제가 주택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주택은 한국사람들의 주요한 이재 수단의 대상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분양가 규제시절 분양가격과 시장가격 차이는 분양열기를 고조시켰고 많은 분양 당첨자들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었다.
대도시의 경우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진정한 주거환경의 개선보다는 주택을 통한 재테크의 장으로 전락했다. 불량주거지역의 원주민은 재개발 후 재입주율이 20%에도 못 미치고 대부분 외지 중산층 주민들이 차지해왔다.
재건축 역시 20년 전후의 아파트를 다시 지어 주택가격을 높이는 이재의 수단이 되어 오래된 아파트가 더 인기가 좋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최근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의 핵심은 서울 근교 11곳 260만평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10만 가구의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투기우려 및 투기과열지역에는 합동대책반을 투입해 투기 혐의자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와 같은 세무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주택가격 상승, 전세의 월세 전환, 초 저금리의 지속, 재건축 열풍 등 주택시장 불안요인이 상존해 왔음을 감안할 때 이같은 정책당국의 대응은 너무 안이한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책은 서울 주택문제 해결의 주된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당장 급등한 아파트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한 단기처방이 오히려 또 다른 시장 왜곡을 불러올지 모른다.
주택가격 안정책에는 주택부문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을 총괄하는 복합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투기바람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 관련 제 규정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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