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엊그제 감사원에서 한 특강은 오늘의 나라 상황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김 추기경은 “요즘 우리나라는 각종 게이트와 리스트가 난무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 발전이 이뤄지면서 부패도 심해지는 것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는 배금사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에 결핍돼 있는 준법정신과 정직하고 성실한 인간상의 회복을 거듭 강조했다.
김 추기경의 걱정처럼 우리는 지금 온갖 부패 비리의 악취 속에서 살고 있다. 4대 게이트에서 보듯 권력 주변과 정관계 인사 상당수는 썩을 대로 썩었다. 오죽했으면 중고생 10명 중 9명이 한국은 부패 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이 중 절반은 부패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까지 했을까. 며칠 전에는 학교장 등 교육공무원 70여명이 학교 공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무더기 적발됐다.
부패공화국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다. 무엇보다 우리를 절망케 하는 것은 많은 부정 부패와 권력 핵심부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속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 땅의 보통 사람들은 희망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피땀 흘려 노력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자괴감만 생길 것이다.
정직과 성실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자면 우선 권력 주변과 공직사회부터 깨끗하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충분한 믿음을 국민에게 주지 못한 데서 오늘의 온갖 국가적 혼란이 초래됐다.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직사회가 깨끗해져야 한다는 김 추기경의 말은 그런 뜻에서 정권 측이 가장 새겨들어야 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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