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보면 마치 현재 한국에서는 반미가 영웅대접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경험으로는 한국에선 반미가 지성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아야 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여행도 제한받는다.
최근의 반미 기류는 그간 한국인의 역사인식을 뒤집는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한국은 강력한 친미 국가라는 사실은 지식인 사회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그렇다해도 오염물질 방출이나 사격훈련으로 인한 주민피해 배상요구,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서의 권리 찾기 등을 반미라고 본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굴욕적인 자세일 것이다. 언론이나 정치권이 지나치게 반미-친미의 대립 각을 강조하고, 우리 사회의 반미 주장을 어설픈 좌익 해프닝쯤으로 치부한다면 감정의 골만 깊어질 우려가 있다.
작고하신 정치학자 이용희 교수는 “21세기의 화두는 이데올로기 분쟁보다 인종적인 그룹간의 문제”라고 했다. 분단국인 우리나라도 주변 국가와의 민족 갈등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나는 우리 민족은 항아리 속에서 김치가 발효하듯 ‘온갖 다양성에 대한 수용 능력’을 갖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반미는 그래서 단순히 편가르기 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재영 leesilk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