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태생인 아메나바르감독은 한 살때 부모를 따라 스페인으로 이주, 줄곧 그곳에서 활동해왔다.
24세 때 만든 데뷔작 ‘떼시스’는 스페인 영화상인 고야상의 5개 부문을 받았고 26세에 만든 두번째 작품 ‘오픈 유어 아이즈’는 98년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데 이어, 같은해 일본 도쿄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디 아더스’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 등에서 호평과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떼시스’에 “영화는 산업이다. 미국 영화와 경쟁하려면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영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영화는 산업만은 아니다. 철학적이면서 재미도 있어야 한다. 영화는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관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영화가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당신이 영화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 영화는 모두 죽음을 다룬다. 죽음, 고립, 인간과 가족관계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싶다.”
아메나바르감독은 지금까지 2편의 단편과 3편의 장편을 만들었다. 5편 모두 스릴러다. 그는 “사람을 무섭게 만드는 게 사람들을 웃기는 것 보다 쉽다”고 말했다.
-스릴러에 집착하는 이유는?
“죽음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통해 우리가 누구고, 우리의 현 위치는 어디며, 지금 뭘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다.”
-혹시 종교가 있는지?
“무신론자다”
-공포를 자아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는다. 빛과 어둠을 이용한다. 공포는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고 본다. 내 영화는 심리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아메나바르감독은 자신이 감독한 영화의 각본과 음악을 모두 직접 썼다. 그가 감독한 영화는 아니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됐던 스페인 영화 ‘마리포사’의 음악도 그가 맡았다.
-음악을 공부한 적이 있나?
“없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배웠다. 내 귀(음감)를 믿는다. 버너드 허먼의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
그의 최종 학력은 ‘고졸’. 마드리드에서 대학을 다니며 영화이론을 공부했지만, 성적이 신통찮아 그만두고 단편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영화는 어떻게 하게 됐나.
“어릴 때 소설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많이 썼다. 이것이 내 상상력의 밑바탕이 됐다. 영화는 13세 무렵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19세때 처음 만든 단편 영화를 좋게 본 한 감독이 제작비를 줘 찍은 장편이 ‘떼시스’다.”
-‘디 아더스’는 ‘식스 센스’와 종종 비교되는데. ‘식스 센스’를 봤나?
“봤다. 하지만 이미 ‘디 아더스’가 제작에 들어간 후였다. ‘식스 센스’와는 내용이 차별화돼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계획은?
“할리우드에서 제의를 많이 해오지만 솔깃한 작품이 없다. 당분간 마드리드에서 쉬겠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