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굳어진 것은 사라지는” 세상에서 시장의 요구에 우리 자신을 내다팔지 않는 새로운 삶은 가능할까? 세계 도처에 넘쳐흐르는 빈곤과 절망과 참상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따스한 눈으로 인간의 잠재력을 바라본다.
9·11 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이슬람권 문학에 대해서는 별로 소개되지 않았다. 샐먼 루시디의 ‘악마의 시’(문학세계사, 2001)는 정통적인 이슬람 문학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이슬람권이 서방 국가에 대해 느끼는 애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이슬람 교도들에게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책은 이미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소설 중에서는 걸작의 위치를 확고하게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혼성적인 문화가 지배하는 지구촌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윤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를 환상적인 기법으로 탐구하고 있다.
SF나 판타지 소설 등의 장르 소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장르소설과 본격문학의 경계에 놓여 있는 ‘경계 소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온 ‘미사고의 숲’(열린책들, 2001)도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책이다. ‘미사고(mythago)’란 신화(myth)와 심상(imago)을 결합해 작가가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작가는 인간의 무의식에 깃들인 원형적 심상을 ‘숲’이라는 상징으로 탐구해 나간다. 항상 희망찬 새해로 시작해 다사다난한 한 해로 끝맺음을 하는 것보다, 올해는 어둑신한 숲길을 걷는 듯한 신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차분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송경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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