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은 험준한 산세 때문에 중부 유럽의 오지였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산악 철도(융프라우레일웨이)의 개발로 알프스 최고의 관광지로 발전했다.
스위스 인터라켄에 살고 있는 에른스트 부르칼트(73). 10년 전 엔지니어로 일하던 스위스항공에서 퇴직한 그는 현재 아르바이트로 관광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주된 업무는 스위스쪽 알프스산맥 최고봉인 융프라우(4158m)로 향하는 철도인 ‘융프라우레일웨이’를 이용하는 관광객을 안내하는 것. 해발 3000∼4000m를 넘는 고산지대를 기차를 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일이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산악 관광 도시인 인터라켄은 은퇴한 사람의 일손까지 빌릴 정도로 관광 수요가 많다. 인구가 1만5000여명에 불과한 이곳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은 연간 65만명에 이른다.
▼글 싣는 순서▼ |
- <1>"숲과 인간은 하나" |
인터라켄이 처음부터 잘 나가는 관광도시는 아니었다. 100여년 전만 해도 중부 유럽의 오지였다. 경치는 뛰어났지만 험준한 알프스 산세 때문에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조용히 휴가를 즐기려는 영국 귀족과 빙벽 등반을 즐기는 모험가 등 연간 1만여명에 불과했다.
이런 인터라켄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1912년. 당시 철도 기술자였던 아돌프 구에르첼러의 제안에 따라 1500만 스위스프랑(현재 가치 약 8000억원)을 들여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봉 중턱(융프라우요흐·3454m)까지 연결하는 철도(12㎞)가 개통되면서부터다. 융프라우봉 옆에 있는 아이거봉과 묀히봉을 터널로 관통하는 이 철도는 독일어로 ‘처녀봉(Jungfrau)’이라는 의미를 가질 만큼 오르기 힘들었던 융프라우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융프라우 철도가 건설된 이유는 간단하다. 농토나 지하자원이 부족했던 스위스로서는 알프스에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철도를 건설하는 것 외에는 달리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도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 관광밖에 없다는 데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철도 건설 계획은 쉽게 확정됐지만 공사는 쉽지 않았다. 가파른 지형으로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 당시 기술로는 폭약을 대량으로 사용할 수 없어 일부 구간만 폭약으로 뚫고 대부분의 구간은 인부들이 직접 드릴을 사용해 파 나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간의 터널이 무너져내려 1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우어서 케슬러 융프라우레일웨이 운행 담당 부사장은 “화강석으로 이뤄진 산에 터널을 뚫었기 때문에 산림을 훼손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생물이 거의 살지 않았던 고산지대였던 만큼 철도 개통 후 생태계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인터라켄이 철도만 갖고 관광객을 끌어들인 것은 아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산지 개발로 인간과 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 것도 한몫했다.
산자락에 있는 산악 주택들이 대표적인 케이스. 해발 500∼1000m를 넘는 고산 지대 곳곳에 건설된 이들 주택은 은은한 색깔의 목재가 주요 자재다. 건축법상 철근콘크리트나 벽돌 등 인공미가 물씬 풍기는 건축 자재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
여기에다 지붕 모양과 건물 외부 페인트 색깔까지 주변 산악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규제하기 때문에 주택들이 산의 일부분이라는 느낌을 준다.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울긋불긋한 페인트칠을 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는 우리나라 산악 도시들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베노 큉 인터라켄 관광청 마케팅 매니저는 “스위스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산자락에 흩어져 있는 주택을 보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낀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전 국토의 4분의 3이 산지인 스위스 특성상 불가피하게 산 속에 지었던 집이 관광 자원이 된 것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한 옛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산악 지대에 있는 철도 역사들도 마찬가지다. 건물 규모가 작고 각종 쓰레기나 하수 처리를 잘해 산이 훼손됐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융프라우철도 종착역인 융프라우요흐역의 경우 해발 3454m에 있지만 9.4㎞에 이르는 하수관을 통해 각종 오물을 산 아래로 내려보내 처리한다. 역 주변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지만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베아트리스 카우프만 스위스 관광청 스포츠 담당 매니저는 “스위스 사람들에게 산은 삶의 터전”이라며 “단순히 보호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산을 활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라켄(스위스)〓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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