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에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축구경기장을 10개나 갖게 되었다. 70년대 유럽축구,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를 TV를 통해 보면서 우리는 파란 잔디가 무성한 축구전용 경기장을 참으로 부러워했다. 맨땅에서 부상을 무릅쓰고 연습하고 시합하는 한국 선수들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마침내 한겨울에도 새파란 잔디구장을 한꺼번에 10개씩이나 갖게 된 것이다. 회사가 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계로 필자는 지난해 월드컵 경기장 개장식에 여러 차례 참석할 수 있었다.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큼 멋들어진 경기장이 자랑스러웠다.
대다수 국민이 월드컵 16강 진출을 염원하지만 전국 주요도시에 꿈같은 축구경기장을 갖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월드컵 개최는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좋은 경기장을 갖춘 차세대들이 앞으로 8강은 못 들고 4강에는 못 들까.
박찬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뛴다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톱클래스의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 박세리는 지난해 세계 여자프로골프에서 2위에 랭크됐다. 이것은 두 사람의 성공만은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정신을 심어준 걸출한 스타들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청소년들이 세계적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위성방송이 국내 스포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일부 나오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경기를 자주 대해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이 국내경기를 시시하게 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극복해야 할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자꾸 봐야 메이저리거가 생겨나지 않겠는가. 박찬호와 김병현의 활약을 보다보면 또다른 박찬호 김병현이 나오게 되어 있다.
축구도 그렇다. 과거에는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것만도 벅찼던 한국이 이제는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16강을 노린다. 4년 후에는 8강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생긴 10개의 세계적 수준의 경기장에서 뛰게 될 청소년들이 그 꿈을 이루어줄 것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축구 농구 야구 핸드볼 할 것 없이 많은 한국 선수들이 세계 각지에서 뛰고 있다.
한국에 둥지를 튼 외국선수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선수가 나가고, 더 많은 외국선수들이 들어오다 보면 격차는 좁혀지고 한국 스포츠의 수준은 향상될 것이다.
물론 과제도 많다. 당장 월드컵 이후 축구 붐을 어떻게 이어가고, 10개 경기장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비인기 종목의 활성화 방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월드컵대회가 한국 스포츠사(史)와 스포츠산업 발전에 역사적 전기(轉機)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확산되는 주5일 근무제도 스포츠산업에는 원군이 될 것이다.
이미 100대 기업 가운데 70개 정도는 주5일, 또는 격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 삶의 내용과 질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관중이 늘고 경기력도 향상되면 한국에도 타이거 우즈에 버금가는 스포츠 스타가 탄생할 날이 올 것이다.
이주혁 한국타이거풀스 사장
구독
구독
구독